1인당 GDP 13위에도 경제 체감도는 최하위권
사회 신뢰도 22개국 중 21위…의지할 관계망도 약화
CSES "경제 숫자와 사람 마음 함께 회복하는 성장 필요"
2026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 표지.ⓒ사회적가치연구원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상황은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극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신뢰와 문제 해결 참여 의지도 약화하면서 경제와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성장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SK가 설립한 사회적가치연구원(CSES)과 트리플라잇이 발간한 '2026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비교 대상 29개국 가운데 13위였지만 국민이 평가한 경제 체감도는 27위에 그쳤다.
일본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1인당 GDP 순위는 15위였지만 경제 체감도는 29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반면 싱가포르는 1인당 GDP와 경제 체감도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네덜란드는 각각 3위와 4위, 호주는 4위와 6위로 경제지표와 국민 체감 수준 사이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번 분석에는 2022~202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1인당 GDP 자료와 입소스(Ipsos)의 'What Worries the World' 조사 결과가 활용됐다.
특히 경제 체감도가 낮은 한국과 일본은 행복과 사회적 지지, 사회 신뢰 등 사회 체감 지표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의 개인 행복 수준은 29개국 가운데 21위,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관계망을 의미하는 사회적 지지는 25위였다. 정부·기업·언론 등 제도권에 대한 사회 신뢰는 비교 대상 22개국 가운데 21위에 그쳤다.
일본 역시 개인 행복 19위, 사회적 지지 17위, 사회 신뢰 22위로 나타났다. 반대로 경제지표와 경제 체감도가 모두 높은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호주는 사회 체감 지표에서도 대체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국내 조사에서도 경제에 대한 평가는 개선된 반면 사회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뒷걸음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국가 경제 평가는 10점 만점에 2020년 5.43점에서 올해 5.68점으로 올라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정 경제 평가도 같은 기간 5.43점에서 5.66점으로 상승했다.
다만 보고서는 조사가 이뤄진 지난 6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만큼 경제 체감도가 일시적으로 개선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평가와 달리 사회에 대한 평가는 악화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평가는 2020년 5.48점에서 올해 5.43점으로 낮아졌다. '살기 좋은 사회'에 대한 평가 역시 같은 기간 6.11점에서 5.96점으로 떨어졌다.
사회문제가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커졌다. 조사 대상 10대 사회문제 모두 2020년보다 부정적 영향력이 증가했으며 전체 평균은 6.54점에서 6.91점으로 상승했다. 소득과 고용 등 만성적인 문제뿐 아니라 자연재해와 같은 급성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반면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려는 의지는 약화했다. 봉사·재능기부 의향은 2020년 80.4%에서 올해 72.3%로 낮아졌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세금 납부 의향도 55.5%에서 42.6%로 떨어졌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더 크게 줄었다. 사회문제를 일으킨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경험은 2020년 63.6%에서 올해 31.7%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책임 있는 소비 활동 비율도 같은 기간 54.0%에서 30.0%로 24%포인트 낮아졌다.
사회 시스템과 타인에 대한 신뢰도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96.3%에 달했지만 정부·공공기관·제도 등에 대한 신뢰는 52.2%였다. 일반인에 대한 신뢰는 21.9%,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는 5.5%에 불과했다.
사회적 관계망도 약해지고 있다.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1명 이하라는 응답은 2024년 24.3%에서 지난해 29.2%, 올해 34.6%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사회 갈등 수준은 4점 만점에 3.25점으로 조사됐으며 이 가운데 정치적 갈등이 3.73점으로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사회문제 해결을 정부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 1000명에게 기업의 역할을 물은 결과 '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4.3%, 'ESG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5.7%였다.
이에 CSES는 국민이 대기업에 해결을 기대하는 30개 사회 이슈와 국내 주요 기업의 재무적 중요도를 함께 분석한 '지속가능성 맵(Sustainability Map)'을 제시했다.
사회적 영향과 기업 비즈니스 영향이 모두 큰 문제로는 온실가스 증가, 대체에너지 개발 기술 부족, 청년 일자리 부족 등이 꼽혔다.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사회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와 경제적 가치 창출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나석권 CSES 대표이사는 "숫자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봄으로써 경제의 숫자와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회복되는 성장의 밸런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진 트리플라잇 공동대표는 "국민이 성장의 성과를 삶의 안정으로 체감하고 사회와 제도를 신뢰하며 공동의 문제 해결에 다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조사·분석하는 보고서로 2020년 시작해 올해 7년째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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