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 관객 춤 허용으로 2개월 영업정지 처분
정치권·정부 제도 개선 착수..."비정상적 상황, 정상으로 돌려야"
"작은 무대 사라지면, 문화의 뿌리도 흔들려...대책 마련 촉구"
세계가 K-컬처의 역동성에 열광하는 동안, 국내 문화예술의 풀뿌리인 인디 현장에서는 ‘관객의 춤’이 불법으로 단속되는 모순이 벌어졌다. 부산 인디 음악의 거점으로 꼽혀온 부산 남구의 인디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가 공연 중 관객의 춤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소규모 공연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8월 7일 공연이었다. 관객들이 테이블과 의자를 옮겨 놓고 서서 관람하며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인 행위가 적발됐고, 남구청은 일반음식점 영업자 준수사항 위반으로 행정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오방가르드는 8월 22일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았고, 8월 26일부터 10월 24일까지 영업이 정지됐다. 예정돼 있던 공연들은 인근 다른 공간으로 옮겨 치르고 있다.
오방가르드가 처분 대상이 된 근본적인 원인은 법적 업종 분류 구조에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일반음식점 영업자가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손님의 노래와 춤을 모두 허용하면 유흥주점, 모두 막으면 일반음식점으로 갈리는 구조다. 공연을 주된 목적으로 하더라도 음식과 주류를 팔면 일반음식점 규제를 받게 된다. 이 조항은 2015년 8월 신설돼 2016년 2월 시행됐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사실상 클럽처럼 영업하는 이른바 ‘감성주점’을 겨냥한 규제였으나, 결과적으로 라이브클럽이 같은 그물에 걸린 셈이다.
오방가르드의 최근 공연 사진 ⓒ오방가르드SNS
남은 선택지도 마땅찮다. 공연법상 공연장 등록하려면 상당한 안전 설비 비용이 들고, 등록 후에는 주류·음료 판매라는 주 수익원이 막힌다. 유흥주점은 부담이 더 크다. 유흥음식요금의 10%가 개별소비세로, 그 세액의 30%가 다시 교육세로 붙고 건물 취득세와 재산세도 중과된다. 무엇보다 만 19ㅇ세 미만 출입이 제한돼 청소년 관객은 물론 청소년 음악가의 무대까지 막힌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시·군·구가 조례로 별도의 안전기준과 허용 시간을 정하면, 별도 무도 공간이 아닌 객석에서 춤추는 것은 허용된다. 홍대 앞 라이브클럽이 밀집한 서울 마포구는 2015년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춤 허용업소 지정 제도를 뒀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가 유사한 조례를 운영한다. 그러나 조례를 둔 지방자치단체는 전국에서 8곳 안팎에 그친다. 오방가르드가 있는 남구에는 근거 조례가 없다.
실제 유사한 사례로 처분이 떨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부산 남구 대연동의 라이브클럽 15피트언더가 같은 이유로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당시에도 지역 문화계가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7년 만에 같은 논란이 되풀이된 것이다.
사태가 확산하자 정치권과 정부도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또한 SNS를 통해 “그동안 우리 법과 제도가 아직 이 수준에 머물고 있었던 데에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현행 법을 고치든, 아예 새로운 ‘공연장’의 개념을 만들든, 하루빨리 답을 찾아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역시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단속 유예 등 현실적 방안을 국무조정실·행정안전부·문체부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휘영 장관 SNS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랐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나란히 법안을 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은수 의원이 지난 9일, 박홍배 의원이 11일 각각 대표발의했다. 세 법안은 ‘소규모공연시설’ ‘소규모음악공연장’ ‘소규모 공연공간’으로 명칭만 다를 뿐, 일정 규모 이하의 공연 공간을 일반음식점·유흥업소와 구분되는 별도 범주로 세우고 음식·주류 판매를 전제한 운영기준을 두자는 방향은 같다. 박홍배 의원은 “유흥의 문턱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공연과 유흥을 제대로 구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다툼도 시작됐다. 지난 2일 라이브클럽 관객연대 ‘대(對)댄스’는 해당 시행규칙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라이브클럽에서 춤을 추려 한 관객으로서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인 법무법인 혁신 손지원 변호사는 ‘춤출 자유’를 정면으로 주장하는 최초의 헌법소원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공연 활동 보장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1만 8758명이 참여했다.
문화예술계는 이번 입법 움직임이 ‘춤 허용’이라는 지엽적 완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시설 면적 기준이나 부수적 식음료 매출 비중 같은 요건이 현장 현실과 어긋나면, 새 법이 만들어져도 제도 밖에 남는 클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 조례가 있었음에도 스탠딩 공연은 여전히 회색지대에 놓였던 전례가 이를 보여준다.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기까지의 과도기 대책도 과제로 남는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활용해 특정 지역 라이브클럽을 대상으로 춤 허용과 안전 관리 기준을 시험 운영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법 개정 전이라도 자연스러운 공연 호응과 금지되는 유흥 행위를 가르는 구체적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기준이 없으면 민원이 들어오는 순간 단속은 재개된다. 오방가르드는 10월 24일 다시 문을 연다. 그때까지 20세기형 행정 잣대가 그대로라면, 또 다른 부적절한 규제 사례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공연 활동 보장을 위한 공연법·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 촉구에 관한 청원’의 청원인은 “지금 소규모 라이브클럽들이 겪는 과도한 영업정지와 규제는 단순히 한 업소의 문제를 넘어, 우리 대중문화의 풀뿌리인 인디 생태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기”라며 “공연을 보며 박수를 치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자연스러운 관람 행위를 유흥업소의 불법 가무로 묶어버리는 낡은 잣대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작은 무대가 사라지면 거대한 문화의 뿌리도 함께 흔들린다. 소규모 공연장이 안심하고 음악을 울릴 수 있도록 조속한 법령 개정과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시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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