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신드롬 이을까…‘암살자(들)’이 다시 묻는 권력과 민주주의 [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14 10:42  수정 2026.09.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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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대신 질문 남긴 ‘암살자(들)’…추석 대목 업고 흥행 계보 이을지 주목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다시 한번 ‘야만의 시대’를 소환한다. 10·26 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서울의 봄’에 이어 이번에는 ‘암살자(들)’을 통해 1974년 8·15 영부인 저격 사건과 유신정권 아래 억눌렸던 언론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앞선 두 작품이 각각 475만명, 1312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근현대사를 대중적인 장르영화로 풀어내는 데 성과를 거둔 만큼 ‘암살자(들)’이 그 계보를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세 영화는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차례로 소환하며 권력과 민주주의라는 공통된 화두를 파고든다.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이르는 권력 내부의 균열을 좇았고,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이 벌어진 긴박한 시간을 통해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을 그렸다.


‘암살자(들)’은 시계를 1974년으로 더 앞당긴다. 영부인 저격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 이면에는 유신정권의 검열과 언론 통제, 이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에 나선 기자들이 자리한다. 권력이 진실을 가리고 이를 말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영화의 질문은 한 사건의 진상을 넘어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문제로 확장된다.


'서울의 봄'·'암살자(들)' 포스ⓒ하이브미디어코프

특히 ‘암살자(들)’은 앞선 두 작품과 달리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는 만큼 영화는 하나의 진실을 확정하기보다 실제 기록과 영화적 상상력을 교차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허진호 감독 역시 “다큐멘터리나 세계사, 논문 등에 있는 걸 기반으로 가져간 영화는 맞다. 완전한 상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팩트를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음모와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결론을 이야기하는 건 내가 가지고 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관객의 판단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태도는 영화 후반부 실제 기록 영상의 삽입에서도 드러난다. 영화가 재구성한 사건을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 못 박는 대신, 실제 기록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다시 인식시키며 관객을 사건 앞으로 데려간다. 허 감독이 “영화를 보고 나면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역사적 사실과 비교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 안에서 답을 완성하기보다 극장을 나선 관객에게 질문의 나머지를 넘기는 셈이다.


이는 ‘서울의 봄’이 만들어낸 신드롬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의 봄’은 이미 알려진 12·12 군사반란을 젊은 관객까지 체감할 수 있는 장르영화로 재구성하면서 영화 밖 역사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냈다. 관객들은 실제 인물과 사건을 찾아보고 영화와 역사를 비교했으며, 그 과정에서 44년 전 사건은 현재의 대중문화 안에서 다시 논의됐다. 1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 못지않게 현대사를 다시 공론장으로 불러냈다는 점이 ‘서울의 봄’ 신드롬의 한 축이었다.


‘암살자(들)’이 노리는 지점은 그보다 까다롭다. 이미 결론 난 역사를 얼마나 생생하게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여전히 의문이 남은 사건을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칫 영화적 상상이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질 위험도 존재한다. 반대로 영화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관객에게 충분히 인식시키면서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고 판단하게 만든다면, 그 열린 구조 자체가 작품의 힘이 될 수 있다.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근현대사 영화들이 꾸준히 관객의 선택을 받아온 이유 역시 과거를 박제된 역사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남산의 부장들’이 권력 내부의 붕괴를, ‘서울의 봄’이 민주주의를 짓밟고 권력을 탈취하는 순간을 보여줬다면 ‘암살자(들)’은 진실을 말할 자유가 억압됐던 시대를 들여다본다.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결국 권력은 어떻게 작동했고, 그 앞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흥행에 유리한 환경도 갖췄다. ‘암살자(들)’은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3일 개봉한다. 연중 극장가의 대표적인 대목으로 꼽히는 명절 시즌에 출격하는 만큼 초반 관객을 빠르게 끌어모을 수 있는 여건이다.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는 중장년층부터 이를 영화로 처음 접하는 젊은 관객까지 세대별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같은 날 ‘타짜: 벨제붑의 노래’도 개봉해 추석 극장가를 두고 정면 승부를 벌인다. 서로 다른 색깔의 한국영화가 동시에 관객을 만나는 가운데, ‘암살자(들)’이 초반 입소문을 확보한다면 명절 연휴를 발판으로 흥행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으로 근현대사 영화에서 높은 타율을 보여온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이번 추석 ‘암살자(들)’로 또 한 번 관객을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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