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키니쿠 드래곤' 잇는 '재일 코리안 3부작' 완결편
9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야키니쿠 드래곤’으로 국내 연극계에 깊은 족적을 남긴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 20년에 걸쳐 완성한 ‘재일 코리안 3부작’의 완결작, 연극 ‘스미레 미용실’이 마침내 한국 관객을 찾는다.
정의신 극작가 겸 연출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스미레 미용실’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신국립극장에서 두 번 공연한 뒤 10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게 돼 매우 감개무량하다”라며 “60년대 일본 규슈 탄광의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스미레 미용실’은 1950년대를 다룬 ‘들판에 피는 꽃처럼’, 1970년대를 조명한 ‘야키니쿠 드래곤’에 이어 1960년대를 배경으로 직조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작품의 주된 무대는 1960년대 일본 규슈의 미이케 탄광 지역이다. 당시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 정책이 급변하던 과도기 속에서 발생한 대형 탄광 참사와,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재일 한국인 및 일본인 광부 가족의 30년에 걸친 생애를 추적한다.
ⓒ세종문화회관
정 연출은 “취재 과정에서 탄광에서 해고된 광부들이 1970년대 오사카 만국박람회 활주로 공사 현장 등 대형 건설 노동자로 유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일본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밑바닥에서 지탱한 이들이 바로 가난한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 노동자들이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직접 규슈를 찾아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를 담아냈고, 이 작품의 마침표를 찍으며 비로소 재일 한국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온전히 매듭지었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집필 계기를 밝혔다.
정 연출은 60여 년 전의 사건이 결코 과거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적 질문을 던진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 탄광 폭발 사고의 기저에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무리한 감원과 안전 관리 소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 연출은 “비용과 인원을 줄이다 안전을 등한시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구조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현대적 인재와 정확히 겹쳐진다”라며 “단순히 60년 전 지나간 사건으로만 본다면 의미가 퇴색하겠지만, 무대 위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가족 간의 갈등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결코 낯설지 않은 보편적 이야기”라고 짚었다.
어두운 참사를 다루면서도 정의신 특유의 온기와 해학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정 연출은 “희극과 비극은 늘 평행선을 달리며 인간 삶의 양면을 이룬다”라며 “숨 막히는 비극의 순간에도 관객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웃음의 장치를 배치했고, 먹고 마시는 행위와 사랑, 성이라는 원초적 욕망을 통해 삶을 지속해 나가는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덧붙였다.
ⓒ세종문화회관
작품의 제목이자 공간적 중심인 ‘스미레’(すみれ)는 일본어로 제비꽃을 뜻한다. 남성들의 사교장 역할을 하던 낡은 이발소 구석에서 언젠가 자신만의 이름을 내건 여성 전용 ‘스미레 미용실’을 차리겠다는 꿈을 품고 살아가는 주인공 수미의 삶을 상징한다.
타이틀 롤 수미 역을 맡은 최지연은 “객관적으로 보면 한없이 가혹한 비극이지만,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수미의 세상은 희극에 가깝다”라며 “역사 속 위대한 영웅이 아니더라도, 길가에 핀 제비꽃처럼 밟히고 꺾여도 끝내 꽃을 피워내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모습에서 깊은 숭고함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수미의 곁을 지키는 남편 나루히로 역의 서동갑은 “시대는 달라도 고난 속에서 가족을 위해 어떻게든 버텨내야 했던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이자 가장의 상징”이라고 배역을 소개했으며, 동생 히데히로 역의 김동원은 “연습실에 모여 있으면 마치 명절날 온 친척이 둘러앉은 듯 따뜻하다. 그 시절의 아픔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000년대 초반 한일 문화 교류 사업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양국 관계는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달라졌지만, 여전히 일본 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재일동포 2세들의 삶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시대의 굴곡을 관통하는 보편적 감동을 선사할 작품”이라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연극 ‘스미레 미용실’은 9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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