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자동차업체 해외 경쟁·준법 가이드라인 첫 마련
원가·시장 고려한 가격 책정 주문…급격·빈번한 가격 변경 자제
지난해 中 자동차 수출 832만대…내수 경쟁 피해 해외진출 가속
BYD 8월 해외판매 134.5% 급증…韓서도 저가 전략 변화 주목
브라질 바이아주에 위치한 BYD 생산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가격 전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여온 현지 자동차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자, 현지에서도 무분별한 저가 경쟁을 벌이지 말라고 직접 관리에 나선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인 BYD를 비롯해 지커, 향후 진출을 추진하는 샤오펑 등의 판매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일 자동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공업정보화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전날 '자동차산업 해외 경쟁행위 및 준법발전 지침'을 공동 발표했다.
총 20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번 지침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지켜야 할 가격 책정과 경쟁, 마케팅, 데이터 관리, 노동·환경 관련 기준 등이 담겼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가격이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업체들이 실제 원가와 해외 현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도록 했다. 불공정한 경쟁우위를 얻기 위해 가격을 활용하거나 시장 질서를 해치는 경쟁도 피하도록 했다.
가격을 빈번하게 또는 큰 폭으로 변경하는 행위도 자제하도록 주문했다. 급격한 가격 변화가 소비자 권익과 중국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딜러와 판매 파트너의 독립적인 가격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본사가 현지 유통망에 과도하게 개입해 가격 경쟁을 벌이는 관행에도 사실상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 업체의 해외 가격 전략까지 직접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자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자동차 832만대를 20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수출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가 투자한 해외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도 80개국 이상에 퍼져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지침의 목적을 자동차 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외 진출과 질서 있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배경에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심한 가격 경쟁도 자리한다. 중국에서는 BYD를 비롯해 지리자동차, 샤오펑, 리오토, 샤오미 등 업체들이 전기차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체들이 판매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서 수익성 악화와 협력업체 부담, 브랜드 가치 하락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최근 자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른바 '내권'으로 불리는 과도한 출혈 경쟁을 문제 삼은 데 이어 해외 시장에서도 비슷한 경쟁이 반복되는 것을 중국 정부가 직접 막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BYD처럼 해외 판매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는 업체에는 이번 지침의 영향이 작지 않다. BYD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44만293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7.8% 성장했다. 이 가운데 해외 판매는 18만9466대로 무려 134.5% 증가했다. 중국 내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도 해외 판매가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셈이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중국 내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브라질 등에서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해외 시장이 중국 내수 부진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커의 중형 SUV '7X'ⓒ지커 코리아
한국 역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공략 범위를 넓히고 있는 시장이다. BYD는 지난해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첫 모델인 아토3의 가격을 3000만원 초반대로 책정했으며, 이후 씰과 씨라이언7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씨라이언7 역시 최근 국내에서 4000만원대부터 판매되며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 초 국내 시장에 진입한 지커에 이어 샤오펑 역시 한국 판매를 위한 파트너 선정 작업을 추진하는 등 중국 업체의 한국 진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중국 내수와 같은 극단적인 가격 경쟁을 벌일 가능성에는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판매량 확대를 위해 단기간에 가격을 크게 낮추거나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반복할 경우 중국 정부의 지침과 충돌할 수 있다.
이는 현대차·기아 등 국내 업체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혀온 가격 경쟁력이 일정 부분 제한될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인하 압박도 줄어들 수 있어서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오히려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해외 진출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에 의존한 출혈 경쟁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대신 국내 판매·정비망 확충과 서비스 개선, 신차 투입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경우 국내 업체와의 경쟁은 단순한 가격 싸움에서 상품성과 브랜드, 서비스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BYD는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 이후 판매망과 서비스센터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커에 이어 샤오펑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한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 둔화로 해외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번 지침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들의 한국 공략 자체가 약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침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해외에서 가격을 올리라는 의미라기보다 무리한 출혈 경쟁을 자제하라는 신호에 가깝다"며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중국차의 가격 압박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서비스와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까다로운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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