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예산 25.7조·18.3%↑…증가액 3.97조원
기후재난 대응 694억원 늘어…증가율 0.8%
가습기 배상·녹조가 환경 증액분 약 80% 차지
하수도 약 4000억원↓…재해예방 투자 우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일원에 준공된 영광풍력발전단지. ⓒ뉴시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내년 에너지 대전환 예산이 112% 늘어난 반면 순환경제·환경투자는 5.7%, 기후재난 대응은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예산을 편성했지만 폭우와 가뭄 등 기후재난이 일상화한 상황에서 에너지에 집중된 재정 배분의 균형을 점검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정부의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기후부 소관 예산·기금 총지출은 25조7319억원이다. 올해보다 3조9737억원 늘어난 규모로 기획예산처 소관 미래대응기금 사업도 포함됐다.
기후부의 5대 정책 분야 추계에서 에너지 대전환 예산은 올해 2조5683억원에서 내년 5조4449억원으로 2조8766억원 확대됐다. 증가율은 112%로 전체 예산 증가액의 72.4%를 차지한다.
반면 순환경제·환경투자는 2조1977억원에서 2조3237억원으로 1260억원 늘어 증가율이 5.7%에 머물렀다. 기후재난 대응 예산도 8조2152억원에서 8조2846억원으로 69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0.8%다.
기후부는 출범 이후 실·국 간 업무 조정과 사업 이동으로 분야별 예산을 단순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현 여부가 불확실한 미래 산업의 전력수요 대비 투자와 이미 현실화한 기후재난 대응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계획이 향후 10~15년 안에 모두 실현될지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인공지능(AI)이 아무리 중요해도 기후 피해가 심해지면 공장도 물에 잠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력 공급을 AI에 맞춰주는 것 못지않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예산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환경 분야 예산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추가 재원도 일부 현안에 집중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배상을 위한 정부출연금은 100억원에서 2447억원으로 2347% 늘었다. 녹조 등 수질개선 투자도 올해보다 74.7% 증가한 5986억원으로 편성됐다.
가습기살균제 배상과 녹조 대응의 증액분을 단순 계산하면 약 4900억원으로, 기후부가 제시한 환경 분야 전체 증가액 약 6000억원의 80% 안팎을 차지한다. 증액 재원이 환경정책 전반보다 특정 현안에 집중된 셈이다.
지난달 24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수면. ⓒ뉴시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최근 네팔의 기후재난과 올여름 국내 폭염·집중호우를 사례로 들며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 적응의 핵심은 재해·재난 대책과 생물다양성”이라며 “행정안전부가 현장의 실행조직이라면 큰 그림은 기후부가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하수도 관련 예산도 약 4000억원 줄었다. 기후부는 일부 사업이 지역자율계정으로 전환됐고 시설 투자가 일정 수준 진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수요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후 하수관과 우수관 정비 등 재투자 수요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거제·통영 등에서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반복된 만큼 하수도 예산 감액의 적절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최근 남부 지역에서 인명 피해를 동반한 폭우가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이를 환경 문제이자 안전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수도 예산 감액에 대해 “우수관 개선 문제 등이 많이 있을 텐데 오히려 예산을 깎았다”고 지적했다.
기후재난 분야의 일부 사업은 확대됐다. 강남역·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과 도림천 지하방수로 등 도시침수 예방 예산은 221억원에서 815억원으로 늘었다. 가뭄 대응을 위한 이동식 해수담수화 시설 2개 도입에도 30억원을 배정했다.
다만 브리핑에서는 최근 집중호우 피해가 잇따른 지방도시까지 대심도 빗물터널과 지하방수로 사업을 확대하는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기후부는 환경 예산이 소외됐다는 평가에 선을 그었다. 환경 분야의 절대 규모가 작지 않고 증가율도 최근 평균을 웃돈다는 입장이다.
기후부는 지난달 31일 예산안 브리핑에서 전체 예산을 분야별로 나눠 보면 환경 분야 예산이 올해 약 13조4000억원에서 내년 14조원 수준으로 4.5%(개략치)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3.8%보다 높은 수준이다.
안세창 기후부 기획조정실장은 “환경 분야에서 필요한 예산은 모두 담았고 신규 사업도 충분히 반영했다”며 “내년 증가율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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