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경찰 권한, 책임 걸맞나 의구심"
총리실에 "경찰개혁기구 구상" 직접 지시
靑 "부실수사, 보완수사권 폐지와 무관" 선 긋기
대통령 지시 이틀 만에 경찰청 자체안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외교부에서 열린 네팔 홍수 관련 우리 국민 피해 상황 대응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아름 주네팔 대사 대리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 수사권 폐지로 커진 경찰 권한을 직접 언급했다. 총리실에 별도 경찰개혁기구도 구상하라고 지시했다.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나온 조치로, 커지는 경찰 권한을 어떻게 견제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경찰이 이제 국가기구 중에서 앞으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며 "이 큰 권한을 책임에 걸맞게 이행할 만한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개혁기구에 대한 고민을 해달라"며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찰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는 시점을 한 달여 앞두고 나온 조치다. 정부는 대선 공약에 따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오는 10월부터 수사·기소 기능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한다. 앞서 지난 7월 31일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0월 2일 이후에는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를, 공소청이 기소를 각각 담당하며, 공소청 검사는 송치된 사건에 대해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다.
문제는 검찰 권한이 줄어드는 만큼 경찰과 중수청 권한이 커진다는 점이다. 특히 경찰은 일상 민생범죄 대부분을 전담하게 되는 만큼 실질적 체감 권한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기관으로 꼽힌다. 최근 '장윤기 사건'과 '제주 여성 실종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사건 은폐·부실 수사 논란이 잇따르면서, 검찰의 수사 견제가 빠진 상황에서 경찰을 감시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대통령의 25일 발언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경찰 부실 수사 논란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 조직의 방대한 규모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사안이지, 형사소송법 개정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권력은 집중되면 문제가 더 커진다"며 "똑같은 문제라도 권한이 커지면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때문에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청은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경찰 범죄 수사 대응체계 개혁 방안'에는 △사건 무작위 배당 △수사관 기피신청 제도 △외부 법률가 출신 수사심사관 배치 △중요 사건 총경·경정급 직접 수사 등이 담겼다.
관건은 이 대통령이 지시한 총리실 주도 '경찰개혁기구'가 어떤 형태와 권한을 갖고 출범하느냐다. 경찰청 자체 개혁안이 실무적 통제 장치라면, 청와대가 구상하는 별도 기구는 이보다 상위의 거버넌스 차원 개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트랙이 유기적으로 맞물릴지, 공백이 생길지도 이번 사법개혁의 완성도를 가를 전망이다.
이번 경찰개혁기구가 어떤 위상으로 출범하느냐에 따라 향후 검경 관계의 무게추도 달라질 전망이다. 총리 직속으로 설치돼 실질적 조사·권고 권한을 갖는다면 경찰에 대한 실효적 견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자문기구 수준에 그친다면 상징적 조치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형사소송법 시행 전까지 이 대통령이 제시한 방향성이 구체적 실행안으로 이어질지가 이번 사법개혁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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