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부작용 보완' 위한 안전장치로 도입
폐지 찬성 전문가 "사건 암장 등 부실 대응 우려만 키워"
신중론도…"일부 일탈로 인한 악마화 조심해야"
음주운전 단속 벌이는 자치경찰. ⓒ연합뉴스
최근 제주 지역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을 담당 경찰관이 임의로 종결한 이른바 '사건 암장(暗葬)'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 조직 전반의 기강 해이와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역 맞춤형 치안을 명분으로 2021년 야심 차게 도입된 '자치경찰제'가 오히려 지역 유착을 방치하고 부실 수사를 낳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시행됐던 자치경찰제도는 지난 2021년 7월1일부터 전국에서 확대 시행됐다.
각 시·도에 신설된 자치경찰위원회가 지역 내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보호, 교통 관리 등 주민 밀착형 치안 업무를 지휘·감독하도록 했다.
자치경찰제가 출범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이 꼽힌다. 당시 정부·여당은 경찰 권한이 확대되는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자치경찰제 도입을 함께 추진했다.
수사권이 확대된 경찰 조직이 무소불위의 거대 권력기관이 되는 것을 우려해 조직을 국가경찰·수사경찰·자치경찰 등으로 쪼개어 민주적 통제를 작동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국가경찰 및 자치경찰 구조도. ⓒ경찰청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가 오히려 사건 암장 등 부실 대응 우려만 키웠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자치경찰과 국가경찰 간의 인사 교류와 예산이 별개로 분리되면서, 수사적 관점에서의 범죄 대응 연계성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출신 전형환 메가엑스 대표변호사는 "자치경찰로 가면 향후 수사와 연계되는 국가경찰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며 "지역에서 최접점에 있다 보니 결탁이나 청탁이 있을 경우 수사로 발전할 수 있는 민원들을 초기 단계에서 무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일선 실무자가 임의로 사건을 덮을 수 있는 허술한 내부 시스템 자체가 기강 해이의 핵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 변호사는 "고소·고발을 통한 정식 수사 착수 전 단계에서 자치경찰로 접수되는 각종 민원이나 신고는 수사 기관으로 이전되지 않고 일선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무마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자치경찰제를 폐지하고 국가경찰 체제로 일원화하는 것이 통합적인 통제와 기강 확립에 도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형사법 교수는 "진정한 부패 방지를 위해서는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하거나 지역 주민이 직접 치안 담당자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가 담당하고 생활안전 사무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통제하는 이원화 구조로 인해 조직 일원화 통제 및 일선 지휘 체계에 허점이 생긴 점도 자치경찰제도의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다만 또 다른 형사법 교수는 "일부의 일탈로 인해 자치경찰을 악마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단순 인사 이동 만으로는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시스템적인 문제점을 풀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지역 주민한테 책임질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흔히 '향찰'(鄕察)로 불리는 지역 내 장기근무 경찰관들이 지역과 유착해 사건 무마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선 경찰관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강제 순환인사 공동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에서 "사건의 실체와 원인이 충분히 밝혀지기도 전에 장기근무를 원인으로 단정하고 일률적인 순환인사를 추진하는 것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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