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거부해서 공정위 조사 못했다…사상 첫 사례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8.25 18:29  수정 2026.08.25 18:30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 납품업체 전가 의혹

쿠팡 “7일 전 통지 없어 위법”

공정위 “증거인멸 우려 땐 예외”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전경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쿠팡의 거부로 조사에 착수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기업이 법 적용과 조사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정위 조사를 전면 거부한 것은 공정위 출범 이후 처음이다.


25일 업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9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쿠팡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쿠팡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정위 조사관들은 지난 24일 현장에서 철수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가격 맞춤형 쿠폰’에 들어간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부담시켰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맞춤형 쿠폰은 쿠팡에서 판매하는 특정 상품의 가격이 다른 온라인 쇼핑몰보다 높을 경우 쿠폰을 발행해 소비자의 실제 구매가격을 낮추는 제도다. 공정위는 쿠팡이 최저가 수준을 맞추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는지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공정위가 조사 개시 전에 관련 내용을 통지하지 않았다며 현장조사를 거부했다. 행정조사기본법은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하려면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조사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공정위는 사전에 조사 사실을 알릴 경우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통지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행정조사기본법에도 이러한 사전통지 예외 조항이 마련돼 있다.


쿠팡은 지난 21일 법원에 공정위의 현장조사 결정·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공정위는 내부 송무 부서를 통해 소송 제기 사실을 확인한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당초 28일까지 예정됐던 조사는 나흘 앞서 중단됐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기업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조사관의 현장 진입을 방해한 사례는 있었지만 조사 근거와 절차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조사 자체를 거부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과거 화물연대가 공정위 현장조사를 거부한 적은 있으나 기업이 조사를 전면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회 출범 이후 대규모유통업법과 관련해 현장조사 자체를 거부한 첫 사례”라며 “쿠팡도 그동안 같은 방식으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아온 만큼 갑자기 행정조사기본법을 근거로 조사에 응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쿠팡은 적법한 조사에는 계속 협조해 왔으며 이번에는 공정위가 법에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법원의 판단을 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쿠팡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진행된 공정위의 적법한 현장조사 등에 전적으로 협조해 왔다”며 “현장조사 7일 전 사전통지는 조사 대상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절차인 만큼 공정위가 이를 준수하지 않은 데 대해 법원 판단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공방은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 예외가 이번 조사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법정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쿠팡의 조사 거부에 대한 후속 대응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