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슈퍼을' 옛말…현대차, LG·SK·삼성으로 공급처 다변화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8.26 07:00  수정 2026.08.26 07:00

삼성SDI 올해 첫 양산차 공급…GV90까지 적용 확대

SK온 美 합작공장 양산…LG엔솔과 북미 생산망 구축

CATL도 일부 차종 공급…배터리 공급 여유에 선택권 확대

공급처 다변화로 가격·공급 안정성 강화

AI로 제작된 이미지.

현대자동차그룹의 배터리 공급망이 올해 들어 다변화되고 있다. 기존 LG에너지솔루션·SK온 중심의 공급망에 삼성SDI가 올해 처음 양산차 배터리 공급을 시작했고 CATL 등 중국 업체도 일부 차종에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 확대 속도를 밑돌면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공급처 선택권도 커지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그룹 차량은 올해 기아 EV2를 시작으로 현대차 아이오닉3에 이어 제네시스 GV90까지 3개 차종으로 늘었다.


기아 EV2는 올해 4월 출시와 함께 삼성SDI 배터리를 처음 적용했다.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3에 삼성SDI의 6세대 각형 P6 배터리가 탑재됐고 최근에는 제네시스 GV90에도 삼성SDI 배터리가 적용됐다.


삼성SDI와 현대차는 2023년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차의 유럽향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당시 계약이 올해 실제 양산차 공급으로 전환되면서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공급망에 삼성SDI가 새 공급사로 합류했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P6는 각형 배터리로 기존 LG에너지솔루션·SK온이 주로 공급해온 파우치형과 다른 폼팩터다.


기존 공급망의 한 축인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북미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추진했다. 생산된 배터리셀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미국 생산 전기차에 공급하는 구조다.


SK온과 현대차그룹의 북미 공급망은 올해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의 합작법인 HSBMA는 미국 조지아주 바토 카운티 공장에서 배터리셀 생산을 시작하고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공급하고 있다.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35GWh로 전기차 약 3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배터리 3사에만 의존하고 있지도 않다. 차종에 따라 중국 CATL의 배터리도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가 공개한 차종별 배터리 정보를 보면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 등에는 SK온, 아이오닉6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적용됐고 코나 일렉트릭에는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삼성SDI가 올해 양산차 공급을 시작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와 중국 업체를 함께 활용하는 공급 구조가 확대됐다.


배터리 시장에서는 공급 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269.0GWh로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사용량은 74.3GWh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합산 점유율도 37.2%에서 27.6%로 9.6%포인트 하락했다.


업체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제외 시장 배터리 사용량은 44.9GWh로 1.5%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20.7%에서 16.7%로 떨어졌다. SK온은 18.9GWh로 6.7% 감소했고 삼성SDI는 10.5GWh로 29.0% 줄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6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608.5GWh로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했다. CATL은 242.7GWh로 25.3%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38.2%에서 39.9%로 높아졌다. BYD는 87.7GWh로 14.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올해 1~4월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44.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8.7%로 전년보다 8.5%포인트 하락했다.


전기차 수요가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 전망만큼 빠르게 늘지 않으면서 배터리 공급 여유가 생겼고 완성차 업체가 여러 공급사를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면서 배터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배터리 업체와 합작회사까지 만들어야 했다"며 "하지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배터리 업체들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낮아지면서 배터리 공급에 여유가 생겼고 이제는 다양한 회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구매처를 다각화하고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은 현재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장치"라며 "배터리 공급업체가 과거에는 '슈퍼 을'로 불릴 정도로 우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으로 서서히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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