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피플라운지] 코인 규제가 키운 ‘탈한국’…“산업 상실 시작”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입력 2026.08.26 08:09  수정 2026.08.26 08:09

김민승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장과 인터뷰

파생상품·RWA 찾아 해외로…“막기보다 합법적 대체재 마련해야”

개인 원화 현물에 갇힌 국내 거래소…법인시장 개방 필요

대주주 지분 제한엔 반대…“사고 방지와 연결되지 않아”

김민승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24일 데일리안과 만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현황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희 데일리안 기자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상실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규제에 발이 묶인 사이 투자 수요는 해외로 향하고 있다.


개인의 원화 현물 거래가 중심인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무기한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부터 예측시장, 토큰화 주식, 실물연계자산(RWA)까지 다양한 상품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승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장은 이러한 상품 격차가 국내 시장 위축을 넘어 수수료와 거래 데이터, 기업·인력의 해외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데일리안과 만나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자생적으로 일으킨 시장조차 해외 거래소에 빼앗기고 있다”며 “거래가 일어나는 자리와 그에 따른 수수료, 데이터가 해외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원하는 상품을 찾지 못한 투자자가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국내에서 발생했어야 할 거래 수요까지 함께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상품을 금지해도 투자 수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자가 규제와 감독이 미치지 않는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 오히려 국내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


김 센터장은 “해외로 나가는 이용자를 막을 수 없다면 국내 규제 아래 합법적인 대체재를 만들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국내에서는 안 된다고 막으면 투자자들은 이용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해외 플랫폼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이탈을 줄이기 위한 우선 과제로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제도화를 꼽았다.


파생상품 거래 자체를 막기보다 국내 당국의 감독 아래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마련해 투자 수요와 이용자 보호를 함께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국내에서 파생상품을 금지한다고 투자자가 거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해외에서 손실을 입으면 국내에서는 보호받기 어려운 만큼 규제 안에서 거래할 수 있는 대체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승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24일 데일리안과 만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현황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희 데일리안 기자

상품과 참여자에 대한 제약은 국내 거래소의 수익구조도 취약하게 만들었다.


국내 거래소는 내국인 개인의 원화 현물 거래에서 수익 대부분을 얻는다.


시장이 침체해 거래량이 줄면 이를 보완할 수익원이 마땅치 않아 실적도 급격히 악화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 거래소는 파생상품과 기관 대상 수탁, 담보대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개인 거래 수수료 중심이었던 수익구조를 기관 서비스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수탁 등으로 확장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에서는 파생상품도, 법인 거래도 허용되지 않아 시장이 침체하면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거래소 사업모델 자체의 한계라기보다 사업모델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막힌 환경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개인의 현물 거래에 편중된 시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상품뿐 아니라 참여자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 첫 단계로 법인시장 개방을 꼽았다.


개인과 법인은 투자 규모와 기간, 정보 활용 방식이 다른 만큼 법인이 참여하면 국내 시장에 새로운 성격의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


개인의 매매에 따라 시장 전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다만 법인 거래를 제도적으로 허용한다고 시장이 곧바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법인이 실제로 원화를 입금하고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법적으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은행이 계좌를 발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막혀 있다”며 “법인시장 개방과 실명계좌 발급은 사실상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탁 체계와 명확한 회계처리 기준,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일 헤지 수단까지 갖춰져야 법인의 투자가 본격화할 수 있다.


그는 “가상자산 매수가 허용되더라도 보유 자산을 어떻게 회계 처리하고 가격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 정해지지 않으면 기관의 내부통제를 통과하기 어렵다”며 “법인 참여를 위해서는 수탁·회계 인프라와 헤지 수단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와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사이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기반마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업체가 제도화를 기대하며 자체 블록체인과 관련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명확한 사업화 기준이 나오지 않자 사업을 접거나 다른 분야로 전환했다.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을 찾지 못한 기업과 개발자들이 해외로 향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법이 마련되면 그 안에서 기술 혁신을 시도하겠다던 업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고사했다”며 “제도 공백이 길어질수록 기업뿐 아니라 개발자와 기획자도 계속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가격이 회복되고 국내에 필요한 상품이 마련되면 일부 되찾을 수 있다”면서도 “사라진 기업과 해외로 떠난 인력은 제도가 정비된 뒤에도 다시 돌아온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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