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죽음 소비말라" 목소리까지…與내부 흔든 '검수완박' 비판론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6.08.04 05:30  수정 2026.08.04 05:30

곽상언·이언주 등 '형소법 개정안'에 우려 전달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용민 향해 "지옥 가라"

당내서도 국민 반발 여론 의식한 목소리 쏟아져

李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관심…현실성은 '글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당론으로 강행 처리했지만,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부작용 우려는 물론이고, 지속되는 국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단 우려까지 감지되면서다.


민주당은 3일 국회 본청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 보고회'를 열고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검사 수사권 폐지 법안에 대해 "피해자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라 형사 절차 당사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도록 했다"고 자평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보고회에 참석해 "검사는 공소 제기와 유지에 전념하고 수사는 온전히 수사기관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제도 전환 과정에서 수사 공백이나 지연으로 그 피해가 국민께 돌아가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형소법 개정안을 추진하기 전부터 잡음이 새어나왔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완전 폐지되면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우려돼서다. 민주당은 이 같은 우려를 '피해자 권리 확대 방안' 장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사회적 약자 대상의 전건송치 개별법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그 부분도 챙길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전담부서 설치 부분은 대통령령이나 시행령으로 들어가야 할 부분"이라며 "영장 청구 단계부터 공판까지 경찰과 검사가 협력하고 공소시효 임박 사건 등 중요하고 긴급한 사건의 경우 신속히 서로 협력해 대응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소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민주당 내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충분한 숙의나 피해자 보호 대책 없이 마련된 개정안을 향해 쓴소리를 꺼내기도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곽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정청래 대표 후보, 문재인 전 대통령, 김용민 의원을 거론한 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이 통과된 직후부터 많은 정치인이 노 대통령의 정치와 노무현 정신, 심지어 노 대통령의 죽음을 또다시 소환하고 있다"며 "이분들의 주장은 노 대통령의 뜻, 또는 노 대통령의 정치와 전혀 다르다"고 직격했다.


곽 의원은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소위 '검수완박'을 추진한 적이 없다"며 "노 대통령은 일부 민생 치안 범죄에 한해 검찰의 사법적 통제(보완수사 권한 포함)를 받는 전제에서 경찰 수사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앞선 세 사람을 향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 국민을 기만하기 위해 노 대통령의 뜻과 노무현의 정치를 왜곡하지 말라"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치적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노 대통령의 죽음을 상징적 수단으로 소비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또 "노 대통령을 그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극적으로 돌아가신 분'이라고 계속 말하는 것, 그것은 바로 노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가볍게 소비하면서 정치적으로 소모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왼쪽)과 이언주 의원(오른쪽) ⓒ데일리안DB

이언주 민주당 의원도 형소법 개정안에 우려를 내비쳤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번 형소법 개정에 반대하는 다수의 국민 여론을 감안해 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이리 급히 처리한 점에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렇게까지 무리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적었다.


그는 "최근 김창민 감독 사건이나 장윤기 사건 등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경찰 수사의 부실이나 내부 부패 가능성을 견제할 수 있도록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남겨둬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이라며 "적어도 정치 검찰 이슈와 무관하고 국민의 민생, 기본권과 직결된 강력 범죄 등에 한해, 최소한 한시적으로라도 견제 권력의 공백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 같은 이 의원의 우려는 점점 현실이 돼가는 모양새다. 특히 이날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을 향해 쓴소리를 꺼내들면서 국민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인스타그램에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 의원은 해당 글에 노 전 대통령 동상과 나란히 찍은 기념사진도 첨부한 뒤 "어제 밖에서 뵈었던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 아침 다시 묘역을 찾아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영전에 올렸다"며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라고 하고 계신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에는 형소법 개정을 비판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특히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김 의원을 향해 남긴 댓글인 "지옥에나 가라"는 글은 즉각 이슈로 떠올랐다. 김씨는 앞서 여러 차례 검사 수사권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 김씨의 댓글은 삭제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김 씨는 3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보완수사권 폐지, 검찰청 폐지 때문에 X를 깔게 됐다. 여기는 보실 것 같아서다"라며 "제발 피해자의 편이 되어주시면 안 되는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 부탁드린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단 걸 국민에게 알리려면 더 확실하게 설명을 했어야 했다"며 "장윤기 사건에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까지 비판적인 입장인데 여론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이에 민주당 내 시선은 이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그 동안 '보완수사권 폐지 신중론'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관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적이 있나"라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행사하면) 이게 여당이랑 싸우자는 것"이라며 "당론으로 협의를 해서 나온 건데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정 동력이 상실되고 다음 대표도 누가 됐든 오히려 곤란해진다"고 관측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법, 제도라도 국민 설득이 안 되면 자리잡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전대 갈등으로 지지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여론을 애써 무시하고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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