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음식·잦은 간식에 소화불량 나타날 수 있어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 천천히…식후 바로 눕지 말아야
“증상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되면 다른 질환 가능성도”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추석 연휴에는 평소보다 과식하기 쉽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전과 갈비, 잡채 등 명절 음식을 먹고 나면 과일이나 간식이 이어지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식사 시간도 길어진다. 한 끼를 배부르게 먹고도 쉴 새 없이 음식이 들어가면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꽉 찬 듯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명절에 흔한 소화불량을 단순히 ‘많이 먹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기 쉽다는 점이다. 일시적인 과식이 원인이라면 식사량을 줄이면서 나아질 수 있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연휴가 끝난 뒤에도 계속된다면 위장 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명절에도 식사량과 시간을 평소와 비슷하게 유지하고, 평소와 다른 증상이 지속된다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름진 음식에 과식까지…명절이면 ‘속 불편한’ 이유
소화불량은 하나의 질환을 뜻하기보다 식사와 관련해 나타나는 여러 소화기 증상을 통칭한다. 식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조금만 먹어도 금세 배가 부르는 조기 포만감이 대표적이다. 식사가 끝난 뒤에도 음식이 위에 남아 있는 듯 답답하거나 명치가 아프고 쓰릴 수 있다. 복부 팽만이나 메스꺼움, 트림은 물론 속쓰림과 위산 역류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명절에는 이런 증상을 부르는 식습관이 한꺼번에 겹치기 쉽다. 평소보다 많은 양을 짧은 시간에 먹으면 위에 부담이 커지고, 전이나 튀김처럼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에서 음식물이 빠져나가는 시간을 늦춰 포만감과 더부룩함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여기에 식사 사이마다 간식을 먹거나 늦은 시간까지 음식을 먹고 바로 눕는 습관까지 더해지면 속쓰림이나 위산 역류도 심해질 수 있다.
나수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명절에 갑자기 식사량이 늘면 평소에는 없던 소화기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한 끼에 많은 양을 먹는 것뿐 아니라 식사 사이에 간식까지 계속 이어지는 식습관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명절에도 음식의 양과 식사 시간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소화불량을 모두 과식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을 비롯해 위식도역류질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복용하는 약물 때문에 위장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스트레스나 불안도 위장관의 운동과 감각에 영향을 미쳐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과식 후 일시적으로 나타난 소화불량은 식사량과 생활습관을 조절하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되고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반복적인 구토, 검은 변이나 위장관 출혈 등이 나타난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심한 복통이 계속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는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 식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복용 중인 약물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원인을 찾는다. 필요하면 위내시경으로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 위암 등 다른 질환이 있는지 살펴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검사를 하거나 증상에 따라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간·담낭·췌장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속 편한 명절의 첫걸음…‘조금씩 천천히’
검사를 해도 증상을 설명할 만한 뚜렷한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데 불편함이 계속된다면 ‘기능성 소화불량’을 의심할 수 있다. 위가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충분히 이완되지 않거나 위·십이지장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등이 영향을 미친다. 주로 식후 포만감이나 조기 포만감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명치 부위의 통증이나 쓰림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나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은 내시경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도 식사 후 불편감이 반복될 수 있다”며 “증상의 양상과 발생 시점을 살펴 원인을 구분하고, 생활습관 조절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증상에 맞는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방법은 원인과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확인되면 제균치료를 하고, 위산과 관련된 증상이 있다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에는 증상에 따라 위장관 운동을 돕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무엇보다 명절에는 특정 음식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먹는 양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 조금씩 덜어 천천히 먹고,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 숟가락을 내려놓는 편이 낫다. 전이나 튀김처럼 기름진 음식은 양을 줄이고 평소 먹었을 때 속이 불편했던 음식도 과하게 먹지 않는다.
식사 후에는 곧바로 눕기보다 가볍게 움직이고 야식도 줄이는 것이 좋다. 연휴라고 식사와 수면 시간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 교수는 “명절에는 여러 음식을 조금씩 먹는다고 생각해도 하루 전체 섭취량은 평소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식사량을 나누고 다음 식사까지 충분한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연휴가 끝난 뒤에도 소화불량이 계속되거나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과식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휴 중 갑작스럽게 증상이 심해져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포털 ‘E-Gen’이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에서 문을 연 병원과 응급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이용이 어렵다면 119 구급상황관리센터나 129 보건복지콜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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