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 '장동혁의 칼' 의심 벗는 방법이 입틀막인가 [기자수첩-정치]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08.03 07:00  수정 2026.08.03 07:47

문제 그대로인데, 비밀유지만 강화

집안문제 떠들지 말라는 '입틀막' 의심

불공정 해소 없인 '윤리' 세우지 못해

윤리위원들, 부당하면 '당근' 흔들어 달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비밀유지 의무' 위반이 재발하면 당대표에게 해당 윤리위원의 해임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윤리위 내부 논의가 외부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미 윤리위 안에서 터져 나온 갈등은 그대로인데, 입부터 막겠다고 한다. 내부의 불합리한 의사 결정 논란은 해소하지 않은 채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것만 차단한다고 해서 과연 기강이 바로 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밈(Meme·농담) 중에는 도움이 필요할 때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라는 표현이 있다. 지금 국민의힘 윤리위원들에게 딱 어울리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불합리한 의사 결정이 이뤄져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면, 결국 윤리위원들은 '당근'을 흔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3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윤리위는 이번 주 회의를 열 예정이다. 앞선 회의에서 조경태·권영진·진종오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설을 촉발한 우종환 부위원장도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우 부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윤리위를 둘러싼 일방적인 의사 결정 논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해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윤리위는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사실상 멈춰 있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권파 일부에선 다른 정당 역시 선거가 끝나면 그동안 쌓인 제소 안건을 처리한다며 유독 국민의힘 윤리위에만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억울하다고 토로한다. 윤리위가 정략적인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공감한다. 독립적인 기구인 만큼 지도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말 국민의힘 윤리위가 정무적 판단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당권파는 윤리위와 '정무적 판단'을 떼어놓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장동혁 대표가 "하나로 뭉쳐서 선거 승리를 위해 힘차게 뛸 때"라면서 윤리위의 추가 징계 논의 중단을 요청했고, 윤리위가 이를 받아들였다. 장 대표의 통합 행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윤리위가 정치적 상황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기구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당대표의 요청에 따라 징계 논의를 멈췄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윤리위의 판단에 정무적 고려가 개입됐다는 의심을 떨쳐내기는 어렵다.


윤리위는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재판부가 판결 과정에 '정무적 판단'을 끌어들이는 순간 그 판결을 온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윤리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윤리위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일부 윤리위원이 언론을 통해 내부 상황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일부 위원은 윤 위원장의 일방적인 기구 운영에 반발해 회의 참석을 보이콧하고 있다. 반면 다른 위원들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회의와 의결을 강행하고 있다. 단순한 의견 차이라고 보기에는 갈등의 골이 깊다.


이미 2명의 윤리위원이 사퇴했다. 윤리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해법은 2명의 위원을 추가 선임하는 것이었다. 내부 갈등의 원인을 들여다보기보다 일단 숫자부터 채우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마저도 최고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새 윤리위원들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임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실제 최근 임명된 한 윤리위원을 두고는 장 대표에게 우호적인 인물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렇게 겨우 '7인 체제'가 갖춰지자, 윤리위가 꺼내든 다음 카드는 '입틀막'이다. 지난달 30일 직접 등판한 윤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최고위에서 윤리위 내부 논의와 관련된 내용이 일부 윤리위원에 의해 외부에 공개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전달받았다"며 "앞으로 윤리위 내부 논의와 관련된 비밀유지 의무 위반이 재발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윤리위원의 해임을 당대표에게 요청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윤리위원이 언론에 내부 문제를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도부의 지적을 윤 위원장이 받아들인 셈이다. 그런데 윤 위원장이 정말 윤리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나선 것인지 묻고 싶다. 필자가 이를 '입틀막'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정작 내부 갈등을 낳은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논란이 외부로 확산되는 것만 막으려는 조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윤리위원에 따르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당대표 비판 징계 기준' 보도자료의 철회 요구나, 친장(친장동혁)계로 의심될 만한 발언을 한 윤리위원 사퇴 요구는 현재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리위 내부의 일방적인 운영 논란을 촉발한 사안에는 손을 대지 않으면서, 나온 조치는 '비밀유지 의무' 위반 시 해임 요청이다. 결국 내부 문제를 밖으로 알리지 말고 집안에서 조용히 해결하라는 이야기로 읽힐 수밖에 없다.


당내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추가 임명된 2명의 윤리위원이 친장계라면, 사실상 '5대 2' 구도가 된다. 우 위원장 쪽은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싸워야 하고, 상대측은 의결정족수가 충족됐다며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안건 처리를 강행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독주'라고 비판하는 제1야당에 속한 윤리위가 민주당과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


윤리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온 우 부위원장은 이번 회의에도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필자가 윤리위에서 사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부위원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우 부위원장이 다시 한번 언론 앞에서 윤리위 문제를 언급하면 쫓겨날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단순히 한 명의 윤리위원이 사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아니라, 윤리위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레드팀'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윤리위가 정말 독립적인 기구라면,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의 다른 목소리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비밀유지 의무를 강조하기 전에 내부에서 이런 갈등이 왜 발생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입틀막'을 당한 우 부위원장과 다른 윤리위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불합리한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면, '당근'을 흔들어주기 바란다. 윤리위가 정말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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