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 거점화' 총선 전략 선언
'순천' 노리던 천하람 "재검토 부탁"
당내 일부선 "설득 과정 필요" 요청
이기인은 쇄신안 관철 의지 드러내
이기인 개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혁신당 제1호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기인 개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의 총선 전략인 '경기 남부 거점화' 전략을 꺼내 들었다. 당의 유일한 지역구인 화성을을 중심으로 이른바 '경기남부대첩'을 통해 23대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경기도 이외 지역구를 노리던 당내 인사들이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쇄신안 관철까진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비대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지역구가 위치한 '경기 남부'를 당의 전략 거점으로 확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천하람·이주영 의원(비례대표)을 향해 경기 남부 출마를 요청했고, 거부할 경우 비대위원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할 정도로 관철 의지를 드러냈다.
화성을 비롯해 수원·용인·성남·평택·오산 등 지역을 잇는 경기 남부는 반도체 산업이 집중된 곳이다. 이 비대위원장은 "당이 말해온 과학 기술과 성장 비전을 정책과 성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당에 우호적인 20·30·40세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총선 승리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지난 22대 총선에서 신당인 개혁신당 소속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를 꺾는 이변을 만들어 냈다. 이 지역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이 전 대표조차 선거 초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동탄 아파트 단지 100곳을 방문해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면서 '진정성'을 부각했고, 비슷한 나이대인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기 남부 거점화' 전략은 이 전 대표가 6·3 지방선거 참패 이후 꺼낸 23대 총선 전략이기도 하다. 청년층이 밀집한 경기 남부에서 승리한 경험을 기반으로 지역을 공략해 승리할 경우, '경기 남부'가 거점 지역으로서 당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략은 당내 지지를 얻지 못했고, 결국 이 전 대표 사퇴 결심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의 총선 전략이 관철되지 않은 이유는 다른 지역을 노리는 당내 인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천하람 원내대표는 전남광주 순천을, 이주영 의원은 서울 송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총선 전략을 '쇄신안'으로 받아들여 제시했지만, 당내 일부에선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천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차기 총선에서 순천 출마를 만류하는 것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라면서 "저는 2020년 정치 입문과 동시에 순천갑에 출마했다.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순천 시민과의 약속 그리고 개혁신당의 더 큰 미래를 위해 저의 순천갑 조직위원장 신청 반려를 반드시 재검토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 비대위원장이 천 원내대표의 경기 남부 출마를 압박하기 위해 순천갑 조직위원장 신청 반려라는 초강수를 두자, 천 원내대표가 반발한 것이다. 이주영 의원은 이 비대위원장의 제안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이 비대위원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딱히 드릴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는 사실상 쇄신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내에선 원내 의원들이 이 비대위원장의 제안을 쉽게 수용하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주영 의원의 경우 당의 전략에 따른 출마 지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천 원내대표는 '순천'이 정치적 뿌리인 만큼 비대위원장의 요청이라고 해도 지역구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당 관계자는 "천 원내대표는 그동안 순천이 뿌리이자 뼈를 묻겠다고 선언하며 정치 활동을 해 왔는데, 갑자기 경기 남부로 가야 한다고 하면 누구라도 천 원내대표 같은 반응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이 비대위원장이 천 원내대표가 자연스럽게 경기 남부로 갈 수 있도록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쇄신안 발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쇄신안은 완성된 답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제 생각과 달라도 괜찮고, 저를 향한 비판이어도 괜찮다.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쇄신안 발표 전후로 당내 일부에서 우려를 드러내자 확정적인 방안이 아닌 의견을 수렴해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당내 일부에서 이 비대위원장의 쇄신안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천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경기도 이외 지역에서 출마를 노리는 인사들은 갑작스런 경기 남부 출마 요청에 "설득 과정이 부족한 것 같다"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미 이 전 대표도 관철하지 못한 전략인 만큼, 이 비대위원장이 정교한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이기인 비대위는 공식 출범하긴 했지만, 아직 비대위원을 선임하지 않은 반쪽 지도부다. 통상 다른 정당의 비대위는 쇄신안을 놓고 비대위 내부에서 토론과 안건 의결을 통해 공식화시킨다. 이 비대위원장은 선제적인 제안이라는 입장이지만, 비대위원으로 당연직인 천 원내대표와 앞으로 선임될 비대위원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이 비대위원장의 쇄신안에 동의하는 인사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지도부 총사퇴로 침체된 당이 이번 쇄신안을 둘러싼 토론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직 지도부 관계자는 "다른 정당과 달리 당내 지도급 인사 간 특별한 관계라는 점은 알려진 부분이다. 이 비대위원장이 당 쇄신을 위해 크게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쇄신안을 두고 설득과 토론 과정을 거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비대위원장은 경기 남부 출마를 거부할 경우, 비대위원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으로서 권한 행사는 대표적으로 조직위원회 강제 조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이 비대위원장은 천 원내대표의 순천갑 조직위원장 공모 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당내 인사를 압박하기 위해 이 권한을 전방위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상 당내 신임을 잃을 수 있는 조치인 탓에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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