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의료사고 이력 공개 놓고…환자단체 "알권리" vs 의료계·정부 "신중해야"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7.29 13:27  수정 2026.07.29 13:52

국회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 도입’ 토론회

의료사고 정보 공개 범위·운영 방식 등 쟁점 논의

의료계·정부 “환자 안전과 진료환경 함께 고려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환자가 의료인을 선택하기 전에 의료사고 관련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환자의 안전과 알권리 보장을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의료계와 정부는 공개 대상과 범위 등을 고려한 신중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환자 알권리 보장…제도 보완 필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의원은 15살 때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던 중 하반신 마비가 된 의료사고 피해 당사자다. 그는 사고 이후 해당 의사가 불과 한 달 전 다른 수술에서도 환자의 동맥을 손상시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환영사에서 “만약 수술 전에 (의료사고 이력을) 알았다면 저와 부모님의 선택은 달라졌을지 생각이 든다. 고(故) 신해철 씨의 사망 사건 역시 마찬가지”라며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한다고 해서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민이 알고 선택할 기회는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진료 계약도 계약이다. 하나밖에 없는 환자의 몸을 두고 하는 계약”이라며 “환자의 알권리 보장은 환자와 의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공정한 진료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박성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박성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시행 이후 환자 권리 보호 과제와 의료인 이력 공개 제도의 입법적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행 제도의 한계와 입법 과제를 짚었다.


박 교수는 “의료사고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확정되더라도 현재는 면허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내년 5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으로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책임이 일부 완화되는 만큼, 환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사고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통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말하는데, 법 시행 이후에는 의료과실이 발생해도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가족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 공개 대상의 예로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죄 확정판결 ▲마취 상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도적 성범죄 확정판결 ▲의료과실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확정판결 ▲무면허 의료행위 또는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 ▲대리수술 등을 제시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 등은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징계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며, 전문직에 대한 정보 공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환자 안전을 위해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공개 대상 의료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무분별한 공개는 우려…신중해야”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환자단체도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어진 토론에서 “환자는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맡길 의료인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지만 현재는 의료인의 면허 취소나 자격정지 처분 이력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의료사고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개인정보도 존중돼야 하지만 환자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 생명과 안전 역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의료인의 이력을 환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가 환자 안전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려면 공개 기준과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은경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환자 안전이 목적이라면 민·형사 판결을 자동 공개할 것이 아니라 환자안전 조사와 전문직 심사를 거쳐 현재의 진료 적합성과 관련된 정보만 비례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선의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를 현재의 위험도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환자 안전은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지만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의료사고는 고의적 범죄가 아닌 과실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의료사고의 범위와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과실을 공개하는 제도가 아니라 고의적인 범죄를 공개하는 체계”라며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까지 공개할 경우 의료진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결국 국민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의료계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참석을 요청했지만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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