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실형와 투표용지 사태로 드러난 독립성의 민낯
사후 형사처벌뿐인 외딴섬…느슨한 삼권분립 아래 방치
투표지 부족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현충일인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2026.06.06.ⓒ어윤수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감사조차 받지 않는 헌법기관이다.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을 위헌이라고 못박은 지 1년 반, 그 감찰로 드러난 채용비리는 결국 법원에서 실형으로 확정됐다. 정상적인 견제 경로가 막힌 자리에서 비리가 자랐고, 사후적으로 형사재판만이 이를 걸러낸 셈이다. 제헌절 78주년을 맞은 17일 현재, 헌법이 그린 견제와 균형의 설계도가 헌법기관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들을 선관위 직원으로 채용시키고 각종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재판장 신상렬)는 지난 16일 이 같은 판결을 내리며 "헌법상 보장된 선관위 독립적 지위 뒤에서 행해진 이 범죄는 건전한 공직 문화 형성에 악영향을 줬고, 헌법기관의 지위와 위상도 침해해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질이 나쁘다"고 질타했다.
이 사건 쟁점은 감사원의 중앙선관위 직무감찰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중앙선관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 감찰 자체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인천지법은 위헌으로 판단된 감찰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를 배제하지 않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를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배제한다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견제 경로를 차단했지만, 그 차단된 경로를 통해 드러난 비위가 유죄로 판단됐다.
이런 부정은 이번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지난달 3일 지방선거 당일 서울 송파·강남·광진구와 부산 중구·수영구, 대구 달서구, 인천 계양구 등 전국 곳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선거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국 140개 투표소에 추가 용지가 긴급 공급됐고 이 중 91곳이 실제 이를 사용했으며, 26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는 이 사태를 사건·사고로 규정하지 않고 공식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선관위에 독립성을 준 헌법의 취지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선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독립성이 최소한의 점검조차 어렵게 만드는 방패로 쓰인다면, 원래 취지와는 멀어진 셈이다. 선관위 위원 9명이 대통령·국회·대법원장 지명 3인씩으로 구성돼 3부의 힘이 얽혀 있음에도 어느 쪽도 온전히 견제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독립성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이제는 답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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