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투표소 사례가 모방 소란 불렀나…法 형평성 논란은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6.04 16:03  수정 2026.06.04 16:06

기표용지 고의 공개 무효 경고에도 재현

처분 결과 따라 헌법 평등원칙 위반 소지

이재명 대통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사전 투표 중 기표 도장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 2026.5.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6·3 지방선거 당일, 세종시의 한 투표소에서 40대 남성 A씨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주변 선거관리원들에게 보여주려다 경찰 제지를 받는 소란이 빚어졌다. 경남 김해시에서도 같은 날 오전 11시40분께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유사한 소동을 벌였다.


세종시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3일 오전 7시께 세종시 다정동의 한 투표소에서 기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바로 넣지 않고 선거관리원들에게 보여주려 했다. A씨는 "대통령도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며 "제대로 기표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관위 직원들이 기표된 투표용지 확인을 거부하자 A씨는 30여 분간 투표소 안에서 대치하다 경찰관의 퇴장 명령 이후에야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다만 A씨가 결국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접어넣어 무효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언급한 것은 이 대통령의 사전투표 당시 행위다. 앞서 이 대통령은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기표소 밖으로 들고나와 선관위 직원에게 유효 여부를 물었다. 이 대통령은 "동그라미표가 완전하지 않고 반만 찍히면 무효가 되지 않냐"고 물었고, 선관위 직원이 무효가 아니라고 답하자 다시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마쳤다.


중앙선관위는 "기표가 제대로 안 됐을 경우 기표소에서 나와 관리관에게 문의한 뒤 다시 기표하는 행위는 허용된다"며 유효투표로 판단했다. 관리관이 즉시 제지했고 투표 내용도 확인되지 않아 공개된 투표지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선관위 관계자의 직무유기·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공직선거법 제167조 3항은 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고 공개됐다면 무효표로 규정한다.


선관위는 본투표 하루 전인 2일에도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투표지를 고의로 공개할 경우 해당 투표지는 무효 처리된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사실상 이 대통령 논란을 의식한 선제 안내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A씨의 소란은 그 경고가 현장에서 그대로 재현된 사례가 됐다.


두 사안의 결정적 차이로 고의성이 거론되지만, 이 대통령의 행위가 모방 사례를 낳은 원인이 된 만큼 당시 선관위가 이를 허용한 것이 이번 혼란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관위의 최종 처분 결과에 따라 헌법 제11조 평등 원칙 위반 소지와 함께 법 적용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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