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노태악 선관위원장 등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고발
서울·인천 등 총 17개 투표소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법조계 "조만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진행 가능성 매우 커"
"단순 과실 아닌 '의도적 방해' 등 있었다는 증거 나오면 형사처벌"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지난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국민들이 모여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참정권'이 물리적으로 제한된 사건"이라며 "조만간 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4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전날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 오민석 서울시선관위원장과 김범진 사무처장, 민소영 송파구선관위원장과 조시훈 사무국장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고발장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만행"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고발인들은) 즉시 사과하고 전원 사퇴해야 한다"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모든 지역 투표소와 관련된 개표는 중단하고 국정감사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3일 서울과 인천 등 총 17개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가 대기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11곳, 강남구 2곳, 광진구 1곳, 동작구 1곳 등 15곳에서 투표 용지가 부족했다. 인천 연수구 투표소 2곳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용지가 이송됐다. 특히 송파구의 경우 본투표용지를 전체 유권자 수의 50% 분량만 인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선관위는 이날 투표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선관위 지도부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려면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히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고의적 방치'나 '의도적 방해'가 있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일인 지난 3일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조만간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면서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참정권'이 물리적으로 제한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압박과 국민적 공분을 고려할 때, 초기에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투표용지 수요 예측 데이터와 인쇄 및 배정 지시 문서, 현장 보고 내역, 그리고 사태 발생 전후의 내부 메신저나 통화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또 "실제 선관위 지도부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려면 '과실'이 아닌 '고의적 방치'나 '의도적 방해'가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수사를 통해 드러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가 중단되고 (시민) 일부는 돌아갔다는데 정말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저런 범죄들은 고의범이라는 것이 증명돼야 하기 때문에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안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어떤 사유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며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경합이 벌어지는 등 매우 치열했는데 양측 모두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점이 있으니 강도 높은 감사, 중징계, 개선책 마련 등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의도를 가지고 투표용지를 적게 준비했다면 당연히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서울시장이 누가 됐는지를 떠나 반드시 그 경위와 책임소재를 밝혀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형사적·행정적 책임을 져야 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