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영화길래?"…'호프' 탄생의 숨은 이야기 [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7.17 09:05  수정 2026.07.17 09:05

"후속 이야기 만들어질지는 제 의지 아냐"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개봉 첫날 33만3918명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곡성'을 뛰어넘은 나홍진 감독 개인 최고 오프닝이자,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높은 첫날 성적이다.


'호프' 포스터ⓒ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는 개봉에 앞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상영 직후 "지금껏 본 적 없는 영화"라는 극찬과 "너무 과감하다"는 반응이 엇갈리며 현지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고, 오히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라는 궁금증을 키웠다. 스릴러와 SF, 크리처, 추격 액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장르적 재미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로운 제작 비하인드도 적지 않다. '호프'의 시작이 된 실제 경험부터 3년을 쏟아 완성한 외계인, 뜻밖의 신스틸러 탄생 비화, 후속편을 둘러싼 이야기까지 '호프'의 숨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호프' 스틸컷ⓒ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호프'의 시작은 사람 없는 마을이었다


'호프'의 출발점은 약 15년 전 나홍진 감독이 북미 여행 중 우연히 들른 한 작은 마을이었다. 당시 마을에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집집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토템과 조각상만 놓여 있었다. 대낮인데도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를 느꼈다는 그는 그때의 기억을 작품 속 호포항의 분위기에 녹여냈다.


영화의 배경을 비무장지대(DMZ) 인근으로 설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나 감독은 역사적 상징성보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 주는 감각에 끌렸다고 밝혔다. "가장 작고 초라한 곳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우주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상상을 했다"는 그의 말처럼, 폐쇄적인 시골 마을과 우주적 세계관의 대비는 '호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 외계인 디자인만 3년…"징글징글하게 고생했다"


칸국제영화제 공개 당시부터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것은 단연 외계 존재였다. 나 감독은 외계인 디자인에만 약 3년을 투자했다.


초기에는 기존 할리우드 디자인 업체와 작업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고, 이후 인터넷을 뒤져 영국 외딴섬에서 활동하는 크리처 디자이너를 직접 찾아 협업했다. 여기에 미국 디자인 회사 패럴랙스까지 합류하며 지금의 외형이 완성됐다.


나 감독은 이 과정을 두고 "징글징글하게 고생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디자인뿐 아니라 크리처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등장시킬지 역시 마지막까지 수없이 수정했고, 로케이션 헌팅을 마친 뒤에야 현재의 형태를 확정했다고 한다.


◆ 편집팀을 가장 힘들게 한 배우, 결과는 최고의 신스틸러


극 중 해술을 연기한 임현식은 '호프'의 대표적인 신스틸러다. 능청스러운 생활 연기와 특유의 입담으로 긴장감 넘치는 극에 예상치 못한 웃음을 더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하지만 그 장면들이 완성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임현식은 긴 대사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크로마키 촬영 특성상 정해진 포인트를 바라보는 시선 연기까지 더해지면서 촬영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나홍진 감독은 후반 작업 당시를 떠올리며 "죽는 줄 알았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편집팀의 공이 더해진 끝에 탄생한 해술은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최고의 신스틸러로 완성됐다.


'호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첫 카체이싱 앞둔 정호연, 긴장 풀어준 황정민의 한마디


'호프'의 대규모 카체이싱 장면은 정호연에게도 가장 긴장되는 촬영이었다. 배우가 직접 차량을 운전해야 하는 액션인 만큼 안전 점검이 반복됐고, 첫 촬영을 앞두고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도 컸다"고 돌아봤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 황정민이 건넨 말은 "자신감 있게 해" 한마디였다. 정호연은 "그 한마디가 마법처럼 머릿속을 깨끗하게 정리해줬다. 자신감이 생겼고 첫 테이크 만에 오케이가 났다"며 "그 이후 이어진 액션 장면도 훨씬 자신 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황정민 선배는 시나리오에 없는 작은 행동 하나도 끝없이 고민한다"며 "물컵 하나를 드는 행동도 오래 연구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해내신다. 그런 노련함을 정말 많이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 속편은 정말 없을까?


'호프'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결말을 두고 벌써부터 속편이나 시리즈를 기대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나홍진 감독은 칸국제영화제에서도 "왜 '파트1'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공식적으로 3부작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면서도 "긴 서사를 한 편의 영화 안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이후를 상상할 여지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부작이 될 수도 있고, 2부작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후속 이야기가 만들어질지는 제 의지가 아니라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얼마나 사랑해 주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관객들에게 공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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