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서 '안심신탁사업' 추진 과제로 제시
임차인 보호 취지 공감하지만
"임대인 유입 부족·월세화 우려"
경기 남양주시 다산지구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뉴시스
정부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공적기구가 관리하는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사업 적용 대상과 보증금 관리 범위 등 핵심 제도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집주인의 전세 공급 유인이 약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안심신탁사업’을 추진 과제로 발표했다.
세입자가 낸 전세보증금을 전월세안정화기구가 관리하고 임대인에게는 이를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매월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임대인의 수익은 보장하면서도 보증금을 안전하게 관리해 전세 사기를 예방하고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실 전세 신탁 제도 도입은 이전부터 논의돼 왔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023년에 발간한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신탁기관이 계약 및 운용을 수행하고 소유자는 신탁기관으로부터 운용수익 및 임대기간에 비례한 세제혜택을 받는 방식의 임대차 신탁제도를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올해 초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전세 신탁을 도입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데다 전세 시장 위축 우려가 나오면서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부는 이번 안심신탁사업의 적용 대상을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임대인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전세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을 기존 대출 상환이나 주택 유지·보수, 신규 주택 매입 등의 자금으로 활용해 왔는데 보증금을 공적기구가 관리하게 되면 자금 운용이 제한돼 전세의 월세화만 부추기게 될 것이란 얘기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안심신탁사업을 모든 주택에 적용할 것인지, 아파트 뿐 아니라 빌라·오피스텔·다가구주택까지 포함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전세사기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적용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모든 주택으로 확대하면 시장 영향이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보증금 관리 범위도 문제다. 전세보증금 전액을 신탁 대상으로 할지, 일정 금액 또는 일정 비율만 관리할지에 따라 집주인의 자금 운용 여건과 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임대인이 월세로 전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보증기관의 예치금 운용 수익이 충분히 높아야 전세를 유지할 유인이 생기는데 실제로 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대상지나 전세금 비율 등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신탁 운용 비용이나 수수료, 세금 등을 고려하면 임대인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임대인이 전세를 유지할 만큼의 유인이 충분할지 의문이며 결국 전세의 월세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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