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지연 우려에 여론 부담 커지자
"충분한 숙의" 공식화한 당 지도부
TF 전면 폐지안 외 '일부 존치' 수정안도 발의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의총에 늦게 참석한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한 끝에,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은 유지하되 수사 지연과 피해자 보호 공백 등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일부 허용하는 등 법안 완성도를 높이는 '숙의·보완 기조'로 선회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의총에서는 당초 예상됐던 강경파 중심의 속도전 촉구와는 달리, 입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두는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최근 '장윤기 사건' 등을 계기로 수사 지연에 따른 피해자 보호 차질,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 미비 등 국민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당내 현실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역사적 과업"이라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민주당이 자랑하는 충분한 숙의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오직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향후 추가 전문가 정책의총을 열어 의견을 더 모으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장시간 이어진 이날 의총은 개혁의 속도에만 치우치기보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법안의 허점을 메우겠다는 의지를 다진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전면 폐지안 외에 피해자 보호를 위해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일부 존치하는 형태의 수정안이 발의되는 등 입법 보완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사회적 약자 보호, 보이스피싱 등 민생 범죄, 피해자가 이의를 신청한 경우 등에 한해 검사의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 수사 지연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실적인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당내 숙의 기류가 실제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입법 보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의총에서 확인된 숙의 기조는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기본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대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피해자 보호 등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사위에서 충분히 숙의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제출한 안이 최종 고정안은 아니며 홍기원 의원이나 김남희 민주당 의원 등이 제기한 법안들도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하며 장단점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인 전문가 숙의 절차 가능성을 열어뒀다. TF안을 고집하기보다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다양한 보완책을 유연하게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날 의총 분위기 역시 강경한 찬반 충돌보다는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법안을 다듬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송영길 의원은 "TF팀의 보고를 들었는데 우려됐던 사항들이 잘 보완됐다"며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는 불필요하지만,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해 수사팀 교체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통제 장치가 마련됐고 피해자 통지 의무도 강화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이 같은 기류 변화를 수사 공백에 대한 여론의 우려와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실제 현장에서 수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제기되면서 민주당이 이를 방치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적 우려와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 보완책을 모색하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전당대회 국면과 맞물려 실제 입법 수정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며 "당 지도부가 명분상 숙의를 내세우면서 전당대회 이후로 논의 시점을 조정하는 등 합리적인 타협안을 찾아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