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성분이 무엇인가" 이성윤 공세
이건태 "지도부 사퇴하고 나가서 하라"
진위 가려졌지만…김어준 변심론 고개
극단적 당권경쟁 구도에 당내 우려 커져
지난 6월 28일 오후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청년 당선자 워크숍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가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차기 당권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등장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 불참 논란이 최고위원의 특정 후보 낙선 논란으로 이어진데다, 김어준씨의 변심론까지 불거지면서 굳어졌던 계파가 흔들리고 있단 분석까지 나온다. 당 안팎에선 당권 경쟁이 초반부터 격화되는 모습이 나오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는 모습이 표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9일 SBS라디오 '정치쇼' 인터뷰에서 김 전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했다고 비판한 친청(친정청래) 이성윤 최고위원을 향해 "민주당 지도부는 심판인데 특정 선수에 대해 계속 낙선운동을 하는 것 자체는 적절한 활동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이어 김 의원은 "민주당에서 최고위원이나 지도부가 특정 후보를 가지고 그런 식으로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며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지점은 지키고, 그런 얘기를 하고 싶으면 지도부에서 사퇴하고 나가서 편하게 얘기하는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지적한 건 지난 6일 이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용이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김 전 총리가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 해제 표결을 하지 못한 것을 두고 "감기약을 드시고 주무셨다고 하는데 그 감기약 성분이 무엇인가"라고 공세를 가한 바 있다. 이에 김 전 총리는 다음 날인 7일 "국민의힘에서 얘기한 줄 알았다"고 맞받았다.
이 최고위원이 이 같이 언급한 건 최근 당권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이 글을 게재한 당일(6일) 오전 김 전 총리는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며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해 "지난 1년, 자기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직격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친청계인 이 최고위원은 김 전 총리를 공격하는 글을 작성했고, 그 내용 중 하나가 감기약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당 안팎에선 이 최고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채널A 라디오에 나와 "그분(이 최고위원)은 정치를 하는게 아니라 지검장으로 검사로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당이 아니라 상대 당 정치인들한테 해도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걸 계속하고 싶으면 검사를 했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친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이 이 최고위원의 발언을 "매우 악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 최고위원 면전에서 "계엄 가능성을 가장 먼저 예측하고 경고했던 사람(김 전 총리)이 의도적으로 계엄 표결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겠느냐"라며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가 지난 8일 본인의 유튜브 방송에서 공개한 12·3 계엄 해제 표결 당시 김민석 전 총리가 본회의장에 뛰어들어가는 모습.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이 최고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과 별개로 김 전 총리의 표결 불참 여부 논란은 해소된 분위기다. 문제는 이 논란이 해소된 것이 김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던 김어준씨의 유튜브를 통해서라는 점이다.
김어준씨는 지난 8일 김 전 총리를 자신의 방송에 불러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서 김씨는 김 전 총리가 12·3 계엄 당일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틀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런 의혹(표결 불참)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은 깔끔하게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 전 총리를 두둔하는 발언을 꺼낸 것이다. 이에 김 전 총리도 "(표결에) 1초 늦었다"고 호응하기도 했다.
김씨가 김 전 총리를 옹호해준 것에 당내가 술렁이는 이유는 그 이면의 의도 때문이다. 그 동안 김씨는 친청·친문계를 지칭하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 중 한 명으로 그 동안 김 전 총리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평가받아왔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이 이른바 '재건축론'을 꺼내든 것도 김씨의 방송에서였다.
그런 김씨가 김 전 총리를 옹호할 뿐 아니라 정 전 대표를 비판하는 발언대를 세워준 것에 대해 "변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석현 시사평론가는 "(김씨가 전대에서) 한 발 빼고는 싶은데 지금까지 해 왔던 게 있으니까 또 그렇게 안 되는 약간 그런 질풍노도, 아노미, 사춘기 같은 인터뷰가 아니었나 싶다"고 분석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김씨가 김 전 총리 영상을 틀어준 것에 대해 "정청래(전 대표) 미안해, 나는 빠질게라는 것이고, 이번 기회에 정 전 대표를 손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대표 측에서는 이번 사태의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친청계인 최민희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김 전 총리의 표결 불참 논란과 관련해 "그냥 팩트만 확인하고 넘어가면 되지 않을까"라며 "12월 3일 모든 의원들이 국회로 달려왔고 표결에 참여하려고 애썼고 김민석 (대표) 후보도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표결을 못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당내에선 이번 사태가 단순 헤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향후 당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어떤 이슈가 어떻게 터져나와 전대 국면을 혼탁하게 만들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청래 전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2대 1, 3대 1로 싸우면 흠씬 두들겨 맞는다. 많이 아프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어 이날에는 페이스북에 "때리면 맞겠다"면서도 "가끔 정당방위는 하겠다"고 밝혔다. 공세가 지속되면 반격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대는 이제 시작인데 감기약 논란에 2002년 후단협 논란에 적통 논란에 선호투표제 논란까지 벌써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는 모습"이라며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할텐데 그때마다 당안팎 인사들이 개입해 판이 계속 흔들린다면 갈등이 더 커지기만 할 텐데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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