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방지 위한 정산주기 단축 논의 본격화
집단소송 확대 추진 등 플랫폼 책임 강화 흐름
온플법은 통상 마찰·과잉 규제 논란에 제동
노란봉투법 두고 이커머스 업계 긴장감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플랫폼·이커머스 산업을 둘러싼 제도 정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정산 지연 문제와 소비자 피해 구제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다.
다만 핵심 공약이었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당시 공약으로 ▲가맹점주·대리점주·수탁사업자·온라인플랫폼 입점사업자 등 협상력 강화 ▲플랫폼 중개수수료율 차별금지 및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을 내세웠다.
플랫폼 책임 강화 본격화…정산 주기 단축 등 본격 논의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은 플랫폼 책임 강화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 당시 입점업체들이 장기간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하면서 피해가 확산되자, 정치권과 정부는 정산 주기 단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정부·여당은 올해 초부터 플랫폼·유통업계의 판매대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며 제도 개선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산주기 단축과 관련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총 4건 발의됐다.
가장 강도가 센 안은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다. 두 법안 모두 특약매입·위수탁·매장임대차 거래의 판매대금 지급기한을 현행 40일에서 15일로, 직매입 거래는 60일에서 20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완화된 형태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안은 중소기업 납품업체에 한해 특약매입·위수탁 거래 등의 지급기한을 20일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이다. 직매입 거래 지급기한은 현행 60일 규정을 유지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안은 특약매입 거래 등을 40일에서 30일로, 직매입 거래는 60일에서 40일로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시행 후 1년간은 직매입 거래 지급기한을 50일까지 허용하는 경과 규정도 포함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관련 규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본격적으로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감시와 함께 달라진 시장 환경에 발맞춰 대규모유통업법에 대한 개편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매년 온라인 유통 채널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유통업에서 나타나는 불공정 행위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취임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작년 9월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정산 주기가 너무 긴 것은 문제”라며 “줄이는 게 목표가 돼야 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공정 행위가 최소화되도록 면밀하게 점검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소비자 피해 구제 논의 '속도'
노봉법·온플법 논란은 현재 진행형
소비자 피해 구제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 개인정보 유출이나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개별 소송 부담과 장기 소송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대표 원고 1명이 승소할 경우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효력이 미치는 집단소송제를 현행 증권 분야에서 소비자, 개인정보 등 전 산업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도의 소급 적용 여부 등을 두고는 여전히 의견 차가 존재하지만, 소비자 피해 구제 체계 강화 논의 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은 성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 국민이 다 피해자인데 일일이 소송을 하라고 하면 소송비가 더 들지 않겠느냐”며 “(집단소송제 보완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도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서 “공정위 차원에서도 집단소송제에 상응하는 단체소송제를 정책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집단소송제 도입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 ⓒ 연합뉴스
다만 플랫폼 업계를 둘러싼 규제가 확대되면서,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자칫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집단소송제 역시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기업의 불법 행위를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제도가 전 산업으로 확대될 경우 플랫폼·이커머스 기업을 겨냥한 대규모 소송이 잇따르며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온플법)’ 역시 업계 반발과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 속에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체계로도 충분히 규율 가능한 사안을 별도 입법으로 다시 규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조항의 경우 현실 적용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플랫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기에 여당과 당국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한미 간 통상 이슈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실제 미국 정부는 한국의 디지털·플랫폼 규제 법안 추진이 쿠팡 등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노란봉투법 역시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노란봉투법의 골자는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데 있다.
노란봉투법은 도입 초기부터 플랫폼·물류업계를 중심으로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특히 배송·물류 분야에서는 플랫폼과 하청·위탁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책임 범위 해석을 둘러싼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법의 기준이 무엇인지조차 모호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고용 축소나 AI 전환 등 비용 절감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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