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전 밖 '새 두뇌' 키우는 LG전자…데이터센터 냉각 R&D 두 배로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29 09:11  수정 2026.05.29 09:31

하반기 데이터센터향 공조 연구개발 인력 확대 추진

칠러·CDU/FWU 담당 인력 각각 두 배 수준 증원 검토

데이터센터향 사업 전년비 3배↑, 칠러 1조 매출 조기 달성 기대

LG전자 류재철 CEO가 올해 초 제2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서 2026년 전사 사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LG전자

LG전자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냉각·공조 솔루션 연구개발 인력을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AI 서버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과 발열 문제가 커지면서 칠러, 냉각수분배장치(CDU), 팬월유닛(FWU) 등 데이터센터향 열관리 장비를 ES사업본부의 차세대 B2B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행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ES사업본부는 올해 하반기 데이터센터향 공조 관련 R&D 인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재 100명 안팎인 관련 인력을 200명 수준까지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세부적으로는 칠러 담당 인력을 기존 50명 수준에서 100명 안팎으로, CDU·FWU 담당 인력도 50명 수준에서 100명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향이다.


이번 인력 확대는 단순한 조직 보강이 아니라 LG전자가 데이터센터 냉각을 실제 성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R&D 인력은 기업이 앞으로 어느 시장에 자원을 투입할지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다. 기존 가전·TV 등 소비재 사업의 성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회사의 핵심 개발 역량을 AI 인프라와 맞닿은 열관리 분야로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냉각 설비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성능 GPU와 AI 가속기를 대규모로 탑재한 데이터센터는 기존 서버 시설보다 전력 밀도와 발열량이 높다. 이에 따라 공랭식 냉각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간이 늘고 있으며, 고효율 칠러와 액체냉각 장비를 함께 설계·공급할 수 있는지가 수주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가 인력을 늘리려는 칠러와 CDU·FWU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에서 각각 다른 역할을 맡는다. 칠러가 냉수를 만드는 냉원 설비라면, CDU는 이 냉각수를 서버 랙이나 칩 냉각부로 보내는 액체냉각 장비다. FWU는 데이터센터 내부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팬월유닛 계열 장비다. AI 서버 발열이 커질수록 냉원 설비와 액체냉각, 공랭 장비를 묶어 설계하는 통합 역량이 필요해지는 구조인 셈이다.


LG전자는 이미 데이터센터향 냉각 사업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향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2025년 수준이 전년 대비 3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칠러 사업 역시 2027년 목표였던 매출 1조원을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강조했다.


데이터센터향 냉각 사업은 일반 상업용 공조와 진입 방식도 다르다. LG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향 냉각 사업에 대해 고객 승인 규격 인증, 벤더 등록 등 선행 단계를 거쳐야 하는 제한적 시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는 이 단계를 빠르게 통과해 2026년부터 본격적인 수주와 매출 전환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라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데이터센터향 냉각 장비는 수주 이후 실제 납품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다. LG전자에 따르면 표준 칠러는 약 6개월, 대형 데이터센터향 맞춤형 장비는 약 9개월의 리드타임이 필요하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국면에서는 핵심 부품 내재화와 표준 설계 확보를 통한 납기 단축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공냉식 칠러와 액체냉각을 데이터센터향 냉각 사업의 양대 축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내부 검토 기준 데이터센터향 칠러 사업의 접근 가능 시장 규모가 2026년 16억달러에서 2030년 127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서버와 반도체에 그치지 않고 전력, 냉각, 제어 시스템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ES사업본부 입장에서도 데이터센터향 냉각은 B2B 사업 확대의 핵심 카드다. 기존 냉난방공조 사업이 주거용·상업용 건물 중심이었다면, 데이터센터 냉각은 AI 인프라 투자와 맞물린 고부가 산업용 솔루션 시장에 가깝다.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설계, 제어, 운영, 유지보수까지 묶은 통합 대응 역량이 중요해지는 만큼 R&D 인력 확보가 사업 경쟁력의 출발점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을 ES사업본부의 주요 성장 영역으로 보고 관련 인력 확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AI 서버 발열 문제가 커질수록 칠러와 CDU 등 냉각 장비를 패키지로 제안할 수 있는 업체의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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