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의 독일 방산 허브 구상…L-SAM·EWR까지 올렸다

백서원기자 (sw100@dailian.co.kr), 정진주 기자

입력 2026.05.29 11:44  수정 2026.05.29 11:52

미국·폴란드엔 구체적 투자액 명시…독일만 공란

L-SAM·EWR '유럽화' 명시…방공체계 현지 이식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L-SAM 발사대와 L-SAM 다기능 레이다가 배치된 모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일 연방의회에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와 조기경보레이다(EWR)를 포함한 방산 통합 허브 구상을 제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폴란드 등 다른 국가의 투자 계획은 구체적 수치로 명시했지만 독일 투자 규모와 고용 계획만 공란으로 남아 있어 사업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화가 독일 현지 법인 설립과 현지 경영진 영입에 나서는 등 유럽 생산 거점 구축 작업을 본격화한 가운데 독일 의회 제출 문건에는 이 같은 전략의 밑그림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확인한 독일 연방의회 로비등록처 제출 문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6월 27일 '독일과의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의 영문 정책 설명 자료를 연방의회에 제출했다. 문서에는 미사일·탄약에 국한하지 않고 항공·우주·해양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비전이 담겼다. 특히 현지 생산과 연구개발(R&D)을 결합한 통합 허브 구축 방침을 명시하며 독일·한국의 기술과 인력을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점은 제안한 무기체계의 범위다. 문건에는 K9 자주포·탄약을 넘어 천무 다연장로켓, L-SAM, EWR까지 독일에 제안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화는 이들 무기체계를 유럽 전장 환경에 맞게 현지화하는 '유럽화(Europeanisation)' 방침도 문서에 명시했다. 이 문건에는 탄약·자주포뿐 아니라 한국군 핵심 방공체계까지 현지 생산·현지화를 추진하려는 청사진이 담겨 있다.


한화는 이미 독일 내 60개 이상의 협력업체와 연간 1억 유로 규모의 부품 조달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문서에서 직접 밝혔다. 이를 독일 방산 생태계에 대한 기여 실적으로 내세우며 현지 공급망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주목되는 점은 투자 규모다. 같은 문서에서 미국 탄약 공장에는 10억8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2026~2033년), 폴란드 탄약 공장에는 3억6300만 달러(약 5000억 원·2025~2029년) 등 구체적 수치가 명시돼 있다. 반면 독일 전략투자계획 항목의 투자 금액과 일자리 창출 수는 공란으로 처리됐다. 독일 투자 규모와 고용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투자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배경 중 하나로 독일의 투자 심사 강화 기조를 꼽는다. 독일 연방국방부는 지난 1월 방산 분야 외국인 투자 심사 강화 방침을 공개했다. 독일 내에서는 별도 투자심사법(Investitionsprüfungsgesetz) 초안이 올해 중 제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화가 독일 현지 생산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유럽연합(EU)의 방산 공동조달 프로그램(SAFE)도 있다. EU는 올해 총 1500억 유로 규모의 SAFE를 가동하면서 EU 역내 생산·공급망 비중 요건을 두고 있다. 유럽 현지 생산 거점 없이는 EU 방산 조달 시장에 본격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제안의 배경에는 독일의 규제 완화도 있다. 독일은 한국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우방국 수준의 수출 행정 간소화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진출 법률 자문으로 독일 최대 로펌 글라이스 루츠(Gleiss Lutz)를 선임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월 베를린에 현지 법인 '한화디펜스 도이칠란트(HDD)'를 설립하고 지난달에는 라인메탈 출신 방산 전문가를 대표 겸 유럽·영국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독일 방산 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L-SAM 첫 포대는 한국 생산분 기준으로 2028년부터 유럽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며 "NATO 요구에 맞게 개량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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