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보통신망법, 한미 통상 쟁점 가능성…입법조사처 "美, 관련 문제 지속 제기할 여지"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8.26 07:00  수정 2026.08.26 07:00

미 국무부, 법 시행 이틀 뒤인 7월 9일 "표현의 자유 훼손 위험"

"美기업 차별받지 않도록" 한미 공동 팩트시트상 약속 이행 촉구

입법조사처 "WTO·FTA와 직접 상충 적어도 美 양자협서 제기 여지"

김미애 "공식 통상조치 나온 뒤 대응 늦어…선제적 대비책 마련해야"

2025년 12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 침해와 자국 빅테크 기업의 불이익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직접적인 통상 규범 위반은 아니더라도 향후 한미 양자 협상에서 지속적인 통상 마찰 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이 나왔다.


25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2026년 7월 7일 정보통신망법 시행 후 미 국무부 우려 표명 관련' 회답서(2026년 8월 13일자)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법 시행 이틀 뒤인 지난 7월 9일 한국 언론사들의 개별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미국에 기반을 둔 온라인 플랫폼의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심각한 우려(significant concerns)를 표명했다. 이는 별도의 성명이나 보도자료 형태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


미 국무부는 특히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후 11월에 공개된 공동 팩트시트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당시 양국은 망 사용료 부담이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분야 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장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이번 법 시행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미국 IT 기업 등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기를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우리 정부 부처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외교부는 해당 법안이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고 이용자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며, 국내외 사업자 간 차별적 요소가 없음을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설득해왔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가 산업통상부 담당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미 상무부나 미 무역대표부(USTR)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산업부는 국무부의 우려 표명을 곧바로 추가 통상 제재 가능성으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역시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해외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국내외 사업자를 차별 없이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업자 부담을 고려해 검색서비스와 재화·용역 중개서비스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도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이 우리나라를 구속하는 국제통상규범과 직접 상충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WTO 협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온라인 플랫폼이 제3자 게시물에 대해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상호작용 컴퓨터 서비스'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정보통신망법이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에 따른 조치 결과와 사유를 신고자·게시자에게 통지하고 자율적인 운영정책을 수립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제44조의12 위반에 대해서는 별도의 과태료 등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도 들었다. 이에 따라 국제통상규범이 규율하는 정부 '조치'로서의 성격이 경감·완화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입법조사처는 직접적인 법적 상충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미국이 향후 양자협상이나 통상협의 과정에서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자국 빅테크 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제19·17조와 미일 디지털무역협정 제18조에 반영된 플랫폼 면책 원칙을 통상정책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향후 양자협상이나 통상협의 과정에서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여지가 있다"며 "통상 현안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외교적 소통을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미애 의원은 "미국의 우려가 미 상무부나 USTR 차원의 공식 통상조치로 이어진 단계는 아니지만,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 명시한 약속을 지키고 있느냐는 문제까지 거론됐다는 점은 가볍지 않다"며 "법리상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과 통상 현안으로 번지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미 상무부나 USTR의 공식 조치가 나온 뒤 대응해서는 늦다"며 "정부는 법 시행에 따른 국내외 사업자의 실제 부담을 점검하고, 실제 통상협의에서 문제가 제기될 경우 가동할 범부처 대응체계와 선제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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