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형소법 상정 즉시 필리버스터…주호영 "힘 있다고 다 써버리면 반드시 후회"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6.07.30 22:00  수정 2026.07.30 22:00

국힘,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필리버스터 돌입

첫 주자 주호영 "피해 입는 건 국민과 약자들"

한동훈, 12번째 순번…사실상 발언 무산될 듯

정성호(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즉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다. 다만 국민의힘과 함께 보완수사권 폐지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토론 순번이 사실상 마지막에 가깝게 배치되면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야권 공조에 대한 기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30일 오후 4시 4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여권 주도로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을 즉각 제출한 여당은 토론 시작 24시간 뒤 180명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강제 종결하고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단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 주체에서 검사를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규정된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범죄 피해자 보호 장치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발인과 피해자가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의 신청에 필요한 수사 기록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이 공소를 기각할 수 있는 사유도 추가됐다.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가 공소기각 판결 사유로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될 경우 국민이 겪게 될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그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해왔다. 본회의에 앞서서는 규탄대회를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를 거듭 피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된 규탄대회에서 '장윤기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경찰 지휘 계통의 맨 위 꼭대기부터 맨 아래까지 피해자의 편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모두가 살인마 장윤기의 편에 섰다.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이 더러운 진실은 땅속에 묻혔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은 검찰의 권력이 아닌, 피해자를 지켜주는 수단이자 진실을 밝히기 위한 도구"라며 "경찰이 잘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의 초동수사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 초동수사를 다시 한번 걸러내는 견제 장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보완수사권을 폐지해 봐라. 또 얼마 안 가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땜질 처방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했다.


윤상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국민 절반 이상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의원 역시 장윤기 사건을 사례로 들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검찰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찰의 부실 수사 등으로부터 억울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는 6선의 주호영 의원이 나섰다. 주호영 의원은 연단에 올라 "옛말에 '세불가사진(권력과 힘을 끝까지 다 쓰지 말라)'이라는 말이 있다. 힘이 있다고 다 써버리면 반드시 후회할 일밖에 남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어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박탈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다름 아닌 일반 국민과 약자들"이라며 장윤기 사건을 비롯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관인 피의자 부친의 사건 축소 시도를 밝혀내 강간목적 살인 혐의를 적용한 사례, 2억5000만원 상당의 사기 범행 전모를 계좌 추적으로 입증한 사례, 억울한 화물차 운전자의 살인 누명을 벗긴 사례 등을 열거했다.


주 의원에 이어 박형수·나경원·주진우·유영하 의원 등이 반대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


반면 한동훈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토론이 모두 진행된 뒤인 12번째 순번에 배정됐다. 필리버스터가 개시된 지 24시간 뒤 종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실상 연단에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과거 전례를 볼 때 이 필리버스터에서 제가 말씀드릴 기회는 없겠다"며 "이 악법으로 대한민국은 후퇴하고 국민은 위험해질 것이다. 정권도 위험해질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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