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시장 리스크 관리 당부 '무시'
"1만도 가능"…與, 투자 심리 자극
코스피 폭락에 "책임 통감" 메시지만
국민의힘, 여론전 총력…목표는 국조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마치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 상승은 정부·여당의 핵심 국정 동력으로 작동됐지만, 현재로선 약점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증시 급등을 주의해야 한다는 야당의 우려를 평가절하하며, 오히려 공세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5000선까지 주저앉으면서 책임론이 강하게 불고 있고, 이 틈을 노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특검' 고삐를 당기며 압박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코스피 급락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도부가 아닌 대변인단 차원에서 유감을 밝히는 정도에 그쳤다.
박지혜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하며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당은 K-자본시장특위를 가동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변동성 완화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여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증시 폭락 원인인 레버리지 ETF에 대해 국민의힘이 바라보는 시선은 민주당과는 다르다. 특히 이번 변동성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출발했다고 의심되는 만큼, 김 실장의 경질과 청와대 경제 정책 라인 전면 개편을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치솟은 코스피로 인해 사실상 수세에 몰린 상황이었다. 전임 정부에서 주춤하던 증시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코스피 3000을 돌파한 이후 1년 안에 9000선이라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 종가 기준 4000선을 넘은 뒤 불과 3개월 만인 올해 1월 5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9000선까지 올라섰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선 증시 급등에 대해 일관되게 우려를 표명했다. 시장이 반도체에 쏠리면서 다른 분야 주가는 크게 영향을 받지 못하고 있고, 유동성과 낙관론이 맞물린 착시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월 코스피 5000선 돌파를 두고 "시장이 과열될수록 빚투·레버리지 투자는 확대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시장 리스크를 관리하고 경제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나경원 의원도 "지수는 뛰는데 원화 가치는 달러당 1500원을 향해 떨어지고, 장바구니 물가는 5%를 향해 치솟고 있다"며 "축포는 이른데, 지금은 코스피 5000 성취가 유동성과 낙관론이 맞물린 착시인지 철저히 점검해 봐야 할 때"라고 했다.
야당의 우려에 민주당의 답은 "국민의 자산 증가마저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비아냥이었다. 최민희 의원은 1월 페이스북을 통해 "코스피 3000도 불가능하다고 비아냥댔던 자들, 논평을 듣고 싶다"고 지적했고, 김지호 전 대변인은 나 의원을 향해 "현실이 예측을 넘어섰다면 정치에는 최소한의 성찰이 뒤따라 한다"고 질타했다. 이밖에도 대다수 민주당 인사들은 야당을 꼬집었다.
오히려 민주당은 코스피가 1000씩 오를 때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치켜세웠고, 셀(Sell) 코리아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바이(Buy) 코리아로 전환됐다며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6·3 지방선거 국면에선 코스피가 더 상승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청래 전 대표는 인천 유세에서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9000, 1만도 가능하다고 한다. 주식하시는 분들 이 대통령에게 감사하지 않냐"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러나 야당의 시장 리스크 관리 당부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주저앉자, 국민의힘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특히 지난 1월 김 실장의 지시를 계기로 시장 변동성을 키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작업이 본격 추진됐다는 의혹을 들어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여기에 김 실장은 국내 증시 변동성에 대해 한국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 것과 개인 투자자의 역동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소위 '남 탓' 해명은 주가 하락 사태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은행 분석에 따르면, 레버리지 ETF 사태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 규모가 약 56조원에 달한다"며 "말 그대로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대참사인데, 수십조원의 개인 투자자 손실을 초래하고 대한민국 증시를 사실상 도박판으로 만든 책임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은 이번 증시 폭락의 원인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우선 여론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시가 홀짝 도박판이 된 것은 단순한 실정을 넘어서서 국정조사하고 특검을 통해 수사해야 할 범죄행위"라고 언급했다.
원내에서도 국정조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선 소수 야당의 한계를 감안하면 목소리를 계속 내 민심을 등에 업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한 원내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증시뿐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가 곡소리를 내는 상황 아닌가. 주식 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든 탓에 개인 투자자의 재산이 약탈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국정조사가 필요하지만, 일단 문제를 계속 지적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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