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개정안 내 '공소기각 사유' 포함되자
국힘 "李대통령 공소취소의 우회로 만든것"
與 "취소와 기각 달라" 해명에도 논란 지속
'李 재판' 사안인 만큼 '당권 경쟁'도 영향권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했다. 이를 두고 조작기소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차질이 빚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에게 걸린 재판을 취소하기 위한 우회로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공소취소와 공소기각 모두 이 대통령의 재판과 관련이 있는 사안인 만큼 해당 이슈가 8·17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30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에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검사의 직접 수사를 막는 내용과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소법 개정안에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곧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시작하며 반발했다.
애초 형소법 개정안의 쟁점은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과 보완수사권을 완전 폐지였지만, 지난 28일부터는 다른 조문이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신설된 공소기각 사유가 갈등을 촉발한 것이다.
형소법 제327조는 공소기각의 판결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조항으로 현행법 상에는 △피고인 사망 등의 이유로 재판권이 없을 때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고소가 취소됐을 때’ 등 6가지 조건에서만 공소기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여기에 '2항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와 '3항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등 두 가지 사유를 신설했다. 특히 이 조문이 지난 28일 밤 법안심사1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기존에 논의가 없었던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형소법 개정안에 추가해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논란은 공소기각 조문을 신설한 이유를 놓고 더 확산되기 시작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공소기각을 형소법에 담은 이유가 이 대통령의 재판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소기각에 대해 "이 대통령 범죄 재판을 취소하기 위해 공소취소 특검 시즌2, 공소기각 법원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라며 "자신의 범죄 재판을 없애려는 이재명 대통령과 검찰을 없애려는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정치적 이면계약"이라고 꼬집었다.
애초 민주당은 지난 4월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려는 법안을 추진했다. 국민의힘은 이 사안이 이 대통령의 재판을 특검에서 취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격렬히 반대했다.
국민 여론도 덩달아 크게 나빠졌다. 심지어 6·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뛰었던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 5월 "(조작기소 특검)법안 처리에 신중해달라"고 읍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당시 민주당은 이 특검법안의 처리를 지선 이후로 미룬 바 있다.
하지만 지선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논의는 공회전을 거듭했다. 이에 민주당이 법원에 공소기각 권한을 부여해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을 취소하려는게 아니냐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형소법 개정안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법'"이라며 "공소 취소 특검이 어려워진다 싶으니까 이번에는 법원이 공소를 기각하도록 우회로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정청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에서 TV토론회 시작 전 악수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은 공소취소와 공소기각은 다르게 봐야 한단 입장이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소취소는 검사의 소송행위다. 공소기각은 법원의 재판"이라며 "주체와 요건, 효과가 모두 다르다. 공소기각과 공소취소도 구분 못하나"라고 응수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공소기각을 추진한 것이 이 대통령 재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공소취소도 하고 싶으면 하고, 연임도 하고 싶으면 하고, 공소 기각도 하고 싶으면 하고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며 "온전히 민주당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으니까 민주당이 다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문제가 되는 건 자의적인 기소나 표적 수사 혹은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재량을 오남용한 경우를 뜻하는 '소추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해'라는 부분인데 현저하게 일탈한 걸 누가 판단하나"라며 "결국 소추재량권은 기소권인데 '이 대통령 딱 표적해서 수사한 거 아니야'는 식으로 몰고 가면 이건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8·17 당권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특히 재판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각 당권주자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당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이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월 당내 공소취소 모임이 만들어지자 "많은 사람이 미친 짓을 하면 내가 미쳤거나 그 사람들이 미친 것인데, 제가 미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 후 지속적으로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공소기각에 대한 입장 역시 각 계파를 지지하는 당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관측이다.
당권주자들은 조작기소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 부여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뉘앙스의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송영길·정청래·김민석 후보가 지난 29일 열린 MBC TV토론에서 조작기소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에 관해 각각 "검찰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 "당론을 다시 묻자" "국민 공감대를 따르자"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벌써 유시민이 옳았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만큼 전대 국면에서 연임과 공소 관련 이슈는 계속 거론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소취소와 공소기각이 이 대통령의 재판취소를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라고 본다면 명심을 그렇게나 강조하는 당권주자들이 어떤 얘기를 꺼내느냐에 따라 표심이 엇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뚜렷한 입장을 내기에는 (3인의 후보) 다들 압박감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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