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 해명에도 "레버리지 탓만은 아냐"
5월 국민배당금부터 이어진 전례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부동산 부정평가 56%
김용범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코스닥이 이틀 연속 폭락하며 '개미' 투자자들의 피눈물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둘러싼 정국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부동산 '트리플 강세' 발언과 레버리지 ETF 논란, 국민배당금 해명까지 잇따른 발언 파문에 야권은 30일 "실수를 반복하는 주범"이라며 경질을 압박하고 나섰다.
발단은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증시 급락이다.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98% 내린 5663.24, 코스닥은 6.12% 내린 662.68로 마감했다. 브라질 국빈방문을 수행 중인 김 실장은 같은 날 상파울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3개월은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유통시장이나 구조적인 특성이 변동성을 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30일도 코스피는 전날보다 69.68p(1.23%) 내린 5593.56으로 장을 마쳤다.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즉각 경질하라"며 "정부 경제 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썼다. 정 원내대표는 김 실장의 해명에 대해 "말장난식 궤변은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한다"며 "국민들은 이틀 연속 주가 폭락으로 피눈물 흘리는데 책임 있는 고위 당국자가 이렇게 옹색한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는다니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적었다.
30일에는 강한 공세가 이어졌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국 증시가 홀짝 도박판이 됐다"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수사를 해야 할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도 빚 내서 투자하라고 했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남의 말처럼 침묵하고 있다"며 김 실장을 향해 "국민들 염장을 지르는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몰아세웠다.
같은 자리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김용범 그가 바로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망친 주범이고, 수백만 개미 투자자의 피눈물 위에 올라서 있는 만고의 역적"이라고 했고, 신동욱 최고위원은 "정부에서 집 사려고 애쓰지 말고 주식투자 하라고 해서 이틀 새 우리 국민 다 벼락거지가 됐다"고 꼬집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인 증시가 유례없는 폭락장을 맞이하면서 국민 다수가 막대한 손실에 신음하고 있다"며 "'오징어 게임'보다 잔혹한 레버리지 증시 판을 만들어놓고, 정작 위기가 오자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서서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도 가세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김용범 정책실장을 경질하는 것이 첫 번째 안정화 대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증시를 카지노에 비유하며 "경마만 해도 걷은 돈의 73%는 반드시 참가자에게 돌려준다. 이 정부가 5월에 열어준 개별종목 레버리지에는 바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인사가 강원랜드 앞에서 우리 국민에게 손을 흔들면 안 된다"며 "상품을 열어준 것도 정부이고, 오를 때 업적으로 셌던 것도 정부"라고 꼬집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결함을 짚었다. 그는 "단일종목에 레버리지를 거는 방식 자체가 해외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해외는 보통 여러 종목이나 지수 단위로 분산해 리스크를 낮추는데, 국내 상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개별 종목 하나에 2~3배 배율을 걸어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증시 급락의 도화선이 이 레버리지 ETF였다는 점에서, 설계 단계부터 잘못됐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돼왔다. 김 실장은 지난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뛰는 '트리플 강세' 현상에 대해 "참 많은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에 대해서는 "이미 도입된 상품이고 투자자 자금도 10조원 이상 들어가 있어 상장 폐지는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상상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비거주 1주택·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 기조는 재확인했다.
김 실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11일에는 페이스북에 노르웨이 국부펀드 모델을 인용해 '국민배당금' 구상을 던졌다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기업의 수익을 국가가 나눈다는 건 공산주의"라는 반박을 받는 등 야권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지난 6월 24일에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특별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영업이익 자체가 노사 쟁의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맞는지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또 한 번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런 패턴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국민배당금 때도, 성과급 배분 때도, 이번 증시 폭락 때도 패턴이 똑같다"며 "먼저 파격적인 화두를 던지고, 논란이 커지면 '개인 의견'이라거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물러서는 게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실장이라는 자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발언 하나하나가 곧 시그널로 읽히는데, 이 점을 본인이 아직도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김 실장의 설화(舌禍)와 정책 불안이 겹치면서 국정 동력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기관이 지난 27~29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공동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53%로, 직전 조사보다 2%p 내려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37%로 3%p 올랐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56%에 달해 지난 1월 4주 조사 대비 9%p 뛰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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