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을 대하는 자세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01 06:39  수정 2026.08.01 06:39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CXMT 상장하며 한국 위협

정부와 기업 하나돼 반도체 생태계 조성 해야

정부, 경영 과실만 주목하기보다 실질적 지원 나서야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LPDDR5X 제품. ⓒCXMT





"중국 반도체가 무서운 점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같은 곳이 세계 무대에 우뚝 설 때까지 공산당 정부가 무제한 지원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일개 기업체가 아니라 중국 정부와 싸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대기업 임원은 이렇게 털어 놓았다.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CXMT는 7월27일 상하이거래소에 상장하자마자 공모가 대비 466%나 폭등하는 기염을 토하며 순식간에 본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만일 CXMT가 저가 D램을 대량으로 쏟아 낸다면 메모리 업계 전반의 수익성은 크게 흔들린다. 또 중국은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빛으로 미세회로를 그리는 첨단장비)를 미국의 규제로 수입하지 못하게 되자 설립 3년 짜리 국영기업인 상하이 아이성나가 침지형(Immersion)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자체 개발하여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ASML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중국 반도체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경제는 화들짝 놀랐고 코스피는 이틀간 10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물론 아직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실력 격차는 크다. 기술적으로 CXMT는 갈 길이 멀다. 문제는 중국의 성장속도가 가파른데다, 반도체 생태계는 우리보다 잘 갖추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9%, 마이크론 22% 순이었다. CXMT는 8%였지만 지난해 1분기(3%)보다 급성장한 수치다. 노무라증권 예측으로는 2028년이면 18%까지 높아진다. 전세계 주요 PC 업체들이 CXMT 메모리를 장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설계한 16나노 DDR5 제품군을 한꺼번에 쏟아 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CXMT의 고객사는 화웨이와 알리바바 등 주로 중국 IT 기업들이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기업들은 CXMT의 메모리 채택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 한국 기업으로선 큰 중국 시장을 눈뜨고 놓치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D램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자 애플은 미국 정부에다 "중국 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D램을 미국 이외 지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탑재할 수 있도록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중국으로선 뜻밖의 쾌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CXMT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CXMT는 올해 D램 생산을 위한 웨이퍼의 20%를 HBM3(4세대) 제조에 투입한다. 4세대 이전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4년 정도로 평가됐지만 HBM3부터 3년 이내로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물론 초기 수율(收率 · 생산품 중에서 정상품의 비율) 확보가 쉽지 않겠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과 자금이 연구개발에 대거 투입되면 추격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이번 기업공개(IPO)로 조달하는 자금 15조원도 대부분 HBM 개발에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엉뚱하게도 중국 반도체를 키운 것은 미국의 규제였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면서 필사적으로 CXMT 같은 곳을 키웠다. 미국 규제가 발효되기 전에 장비를 대량 매입하고 세척이나 에칭(etching) 장비의 국산화를 서두르는 등 반도체 공정의 모든 분야를 동시에 육성했다. 덕분에 '설계는 화웨이, 메모리는 CXMT, 파운드리는 SMIC'라고 불리는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국의 설계 실력은 이미 미국에 육박하고 있으며 파운드리에서도 기술 진전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가 무서운 것은 중국정부가 회사를 대하는 방향이 한국정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정부는 잘 기획된 프로젝트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을 주도면밀하게 성장시켰다.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준이 아니라 금융, 세제, 인력, 연구개발, 지방정부까지 총동원하는 국가 프로젝트였다. 선 2014년부터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대기금)이라는 국책펀드를 조성했다. 반도체 회사에 대한 직접투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투자, 해외기술 확보 지원 등을 맡는다. "어디에다 공장을 세워라"고 말하는 대신 "어디에 공장을 짓든 뒤를 다 도와주겠다"는 입장이다.


2016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의 국책 프로젝트로 출범한 CXMT도 초창기부터 이 펀드에서 141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받았다. 공장 부지는 무상 또는 저가였고 기업공개(IPO) 심사도 다른 나라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됐다. 그야말로 중국 정부의 의지로 CXMT를 키웠다. "CXMT는 보조금 의존 국책기업"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다음으로 지방정부의 막대한 투자가 있다. 어찌보면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더 적극적이다. CXMT의 창업 초기부터 허페이 당국은 공장부지 제공, 초기 자본투자, 장기 저리대출, 각종 세금감면 등을 했고 관계 기관들이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CXMT가 대규모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투자자들도 큰 평가이익을 얻었다. 우리나라처럼 "잘해드릴 테니 여기에 공장 지으세요"가 아니라 "우리가 같이 투자해서 키워 드리겠다"고 말한다.


세금 면제는 기본이다. 첨단 기업은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받고 이후에도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의 세제혜택 대상과 절차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100억원을 연구개발에 쓸 경우 세금을 계산할 때는 마치 150억원이나 200억원을 사용한 것처럼 인정해주는 연구개발비 추가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연구개발을 많이 할수록 세금은 줄일 수 있다.


한국도 부분적으로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일단 기업이 투자해야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구조다. 반면 중국은 정부가 투자자, 금융기관, 고객 역할을 동시에 파노라마처럼 해낸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초기 투자비나 상당 기간의 적자에 항복하지 않고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경쟁의 룰 자체가 다른 셈이다.


중국 정부는 또 세계 최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봉 지원, 주택 제공, 연구비 제공, 자녀교육 지원, 귀국 장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연구자들의 귀국을 적극 유도한다.


당연히 중국에서 한국과 같은 규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강성노조에 시달리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노조의 파워가 매우 약하다.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반도체 연구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간 일하는 '996 근무'로 한국과의 격차를 좁혀 오고 있다. 우리나라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이라며 경영자를 옥죄는 법도 없다.


한국은 반도체 연구원들이 '주 52시간 규제'를 예외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하지만 반응은 없다. 민주당 정부는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기업 부담을 키우더니 어렵게 도입한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 제도도 사실상 폐지할 기세다. 기득권 거대 노조의 불투명성을 방치하면서 어떻게 중국 반도체의 추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현재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글로벌 무대에서 함께 싸우고 있다. 기업만 싸우고 있는 한국도 이제는 정부가 전쟁터에 나와야 한다. 그간 한국 정부는 기업이 글로벌 전쟁을 치르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보다는 과실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반도체 초과이윤 공유'를 거론하거나 정치적으로 가시적 효과가 높은 신규투자 지역 결정에 더 힘을 쏟는 모습이 그렇다. 하지만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HBM과 차세대 AI 메모리 연구개발에 국가 차원의 집중 지원을 해야 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CXMT의 기업공개는 중국의 '메모리 굴기(崛起 · 우뚝 솟는다는 뜻으로 중국의 전략을 부르는 표현)'가 실험실을 벗어나 자본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본격 양산 생태계로 진입했음을 선언하는 역사적 이정표"라며 "중국은 국가가 싸우고 있는데 기업만 싸우고 있는 한국 정부도 이젠 전쟁터에 나와 연구개발 지원과 함께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규제 동맹을 유지하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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