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발에도 형소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통해 입법 저지 나서
"전대 전 검찰개혁 논란 조기 정리 목적인 듯"
"민주당, 검찰개혁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한병도(왼쪽)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53차 의원총회에 손목시계를 보며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며 검찰개혁 완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며 저지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강제 종결 절차까지 감안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채 입법을 강행하는 모습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지만 범여권 주도로 안건조정위와 법사위 의결이 잇따라 마무리되면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번 입법이 졸속 추진이라는 국민의힘의 비판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10차례가 넘는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고 검찰과 경찰, 변호사단체, 학계, 시민단체, 관계부처는 물론 국민의힘에도 지속적으로 논의 참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형사소송법을 일방 처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스스로 법안 심사를 외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국민의힘은 마치 피해자 보호장치가 사라지는 것처럼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며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며 "'일하는 국회'와 '검찰개혁'을 더 이상 가로막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어 "상임위 참여와 심사를 외면해 놓고 이제 와 입법독재와 일방처리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국민께서 맡기신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한 직무대행은 "검찰 구하기를 위한 선동과 방해를 멈추고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체계를 세우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방패를 뚫고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입법 폭주라는 비판은 정치 공세에 가깝다"며 "충분한 숙의와 의견수렴을 거친 만큼 더 이상 검찰개혁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숙의 절차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여당 단독 심사를 거쳐 입법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당대회 일정을 맞추기 위해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바꾸는 법안을 졸속 처리하고 있다"며 안건조정위의 취지마저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도 우려를 나타냈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전날 "최근 다수의 사안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1차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에 대한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체계는 무너질 것"이라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했다.
장동혁(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30일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처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전당대회 이전 핵심 입법을 마무리하려는 정치적 판단을 꼽는다. 다음 달 1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조기에 정리하고 이재명 정부의 대표 개혁 과제를 완성했다는 성과를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론 등 당내 이견에도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조기 입법 필요성을 부각해 왔다.
조국혁신당과의 공조도 민주당이 입법을 서두르는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을 고리로 필리버스터 종결 협조 여부를 민주당과 연계하며 협상력을 과시한 바 있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이전 검찰개혁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범여권 내부에서 다시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전당대회 이전으로 잡은 것은 당권 주자들 간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란을 이어가기보다 핵심 입법을 먼저 마무리하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조국혁신당이 형사소송법 처리를 고리로 민주당을 압박한 것이 입법 속도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보고 앞만 보고 달리는 상황"이라며 "범여권 공조 때문이라기보다 당이 세운 일정과 계획에 따라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더라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예정된 절차대로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권 주자들도 전당대회 전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매듭짓겠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을 비롯해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도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여야는 이날부터 2박 3일간 필리버스터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