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공식 채널 갈무리
지난달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에서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를 무참히 살해한 공무원 남편 염모씨의 실체가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공식 채널에는 '딸의 눈앞에서 아내를 찌른 전 남편. 광주 공무원 살인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 따르면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염씨는 이혼을 앞두고 자신의 남동생의 집에서 별거 생활 중이던 아내 박은아씨(가명)를 찾아가 5살 딸이 보는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염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약 20km 떨어진 수원의 한 숙박업소로 도주했다가 사건 발생 4시간 뒤 붙잡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공개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담긴 '홈캠(홈카메라)'에는 충격적인 염씨의 실체가 담겼다.
5년 간의 결혼생활 동안 염씨가 박씨에게 가장 많은 불만을 제기한 것은 '돈 문제'였다. 본인은 술과 담배를 하며 헬스장까지 다니면서 육아 휴직 중인 아내에게는 한 달 생활비로 75만원만 주고는 '100원' 단위까지 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염씨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며 총 5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하거나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공무원 신분에 집착'하는 남편때문에 상담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아이가 1순위였다는 피해자는 아이에게만은 자상했던 염씨가 딸에게도 학대를 시도하자 이혼을 결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염씨가 소리는 지르는 상황에서 딸아이가 울자 염씨는 아이를 신경질적으로 침대에 내던지고 문을 닫아버렸다. 이에 아이가 더 격하게 울자, 염씨는 아이를 다시 침대에 내동댕이치는 행동을 했고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는 염씨의 모습을 본 박씨는 경찰에 남편을 신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박씨는 이혼을 준비하며 4000개가 넘는 홈캠 영상과 핸드폰 음성 파일 600여개를 저장했다.
박씨가 마지막으로 저장한 홈캠에는 지난 5월 퇴근한 아내를 술에 취한 채 맞이하는 염씨의 모습이 담겼다. 퇴근 후 귀가한 아내가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염씨는 또 '돈 문제'로 목소리를 높였다.
염씨는 아이가 목욕할 때 쓰는 용품을 두고 가격에 불만을 표하며 "500원도 아니고 몇 천원이다. 나는 머리 자르는 돈도 아끼려고 두세 달에 한 번 이발한다"고 아내를 비난했다. 부동자세로 말을 듣던 아내에게 염씨는 돌연 바닥에 침을 뱉은 뒤 "핥아"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후 염씨는 직접 자신의 침을 핥아먹으며 다시 한번 침을 뱉고 "핥아"라고 말하는 등 위협을 이어갔다.
이에 박씨는 스마트폰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곧이어 찾아온 경찰 앞에서도 염씨는 "나도 공무원이다. 딸은 내 피붙이라 줄 수 없다"고 말하며 거세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건으로 박씨는 자신의 남동생 집이 있는 광주로 피신했다. 그러나 이혼 소송 서류가 오가는 과정에서 주소가 염씨에게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염씨에게 피습 받았을 당시 경찰에게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구조를 요청했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염씨는 딸이 보고 있는데도 피해자를 28차례 흉기로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
염씨가 어떻게 모녀가 살고 있는 빌라의 공용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냈는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전문가는 "(이혼) 소장을 받고 아내 살해까지 3주 동안 누구와 살고 있는지, 동선은 어떤지, 경찰은 계속 보호하고 있는지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완벽한 계획 살인"이라며 "매일 술을 마시며 공격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 피해자에 대한 원망과 비난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해자와 분리 조치 이후 회사 징계부터 걱정했던 염씨는 동료에게 "내가 2억 정도 모았다. 혼자 죽으면 와이프에게 (돈이) 다 가니까 억울하다"라며 "절대 혼자 죽지 않겠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이혼 소장을 받은 후 폭주한 염씨에 대해 전문가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 하면서 피해자가 자기를 정말 버릴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이혼을 하게 되면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라며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돈, 재산 분할, 위자료, 양육비 등이 걱정된 것 같다. 이혼 재판까지 벌어지면 직장에 알려지고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공무원 직위를 잃을 거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아들의 결혼 후 왕래가 끊겼다는 염씨의 부모는 "결혼하기 전에는 착한 아들이었다"라면서도 "잘못된 것에 대해서 처벌받고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SBS 공식 채널 갈무리
한편 지난달 22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구민기)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염씨를 구속 기소했다.
경찰 조사에서 염씨는 "이혼 소송에서 불리할 것 같아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보복살인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에 따라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된다. 통상 일반 살인죄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지만,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9 제1항에 따라 보복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현재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폐지하거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수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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