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항소심 결심공판서 "녹취록에 대납 요청 없었다는 사실 명확"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10.02 17:08  수정 2026.10.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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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유리한 녹취 3건만 선별 제출"…吳측 "김한정 독자적 지급"

오세훈 측 "오 시장 의뢰·대납 공모,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 안돼"

오세훈 "정치 원칙 지켜온 제가 대납 요청,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 사건의 항소심 변론이 2일 종결됐다. 오 시장 측은 최근 제출된 김한정씨와 명씨의 통화 녹취록을 근거로 1심의 핵심 판단인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 및 대납 요청'이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날 오후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특검은 오 시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씨가 제출한 명씨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특검은 최종의견을 통해 "김씨가 2024년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 녹음파일을 분실했다고 했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다시 찾아 제출했고, 35개 녹음파일 가운데 3건만 선별해 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해당 녹취들이 문제된 여론조사와 비용 대납이 이뤄진 이후의 통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공소사실의 핵심인 최초 여론조사 의뢰와 대납 경위에 관한 통화는 제출되지 않았다며 김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골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나머지 녹음파일 전체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도 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녹취 내용 자체가 1심 판단과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에는 김씨가 명씨에게 "오 시장 돕고 싶어서 내가 했잖아", "거기서 원한 것도 아니고 내가 혼자 해가지고"라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겼다. 명씨 역시 통화에서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녹취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탄핵증거로 항소심에서 채택됐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명태균씨.ⓒ뉴시스

오 시장 측 변호인은 이날 최종변론에서 이 같은 녹취를 두고 "여론조사 의뢰 비용 대납 요청이 없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오 시장의 요청을 받아 비용을 대신 낸 사람이었다면 통화에서 자신이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라 매번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달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의 의뢰나 대납 공모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 핵심 증거는 명씨의 진술뿐인데 그 진술이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명씨 진술의 신빙성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명씨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정리된 진술을 내놓았고, 여러 관계자들의 진술과도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명씨가 사소한 사실관계에서도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사례가 확인되는 만큼 공소사실의 핵심인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와 대납 공모까지 그의 진술만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오세훈의 의뢰나 대납 공모 어느 하나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오 시장 역시 최후진술에서 정치자금 대납 요청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런 제가 후원자라고 하는 사람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지켜온 정치적 신념과 도저히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이 제시한 사건 구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경쟁 후보에게 뒤지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조바심을 느낀 자신이 명씨에게 연락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주장은 자신의 정치 경험과 선거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외시한 것이라는 취지다. 오 시장은 명씨가 김영선을 통해 자신에게 접근했지만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관련 업무를 넘긴 뒤에는 명씨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다만 "명씨를 처음 접했을 당시 관계를 단호하게 정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공인으로서 처신을 완벽하게 해야 했는데 우유부단함으로 여지를 줬다"며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는다. 증오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조작된 정황이 사실을 덮을 수 없다"며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법정에서 증명해주시길 믿는다"고 호소했다.


최후진술을 이어가던 오 시장은 울먹이며 눈물을 닦았고, 이를 지켜보던 방청석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나오는 등 법정 분위기가 잠시 숙연해졌다.


앞서 1심은 오 시장이 명씨로부터 10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김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 가운데 여론조사 5건과 2100만원의 대납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했으며, 선고기일은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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