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학교 사업 증액 과정은 어디까지 검증했나…의회 책임론 고개
인천시의회 전경 ⓒ 인천시의회 제공
인천시의회가 시교육청의 추가경정예산을 대폭 손질하면서 예산 심사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교육사업과 홍보 예산에는 삭감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정작 개별 학교의 공사와 시설·물품 구입비는 새롭게 증액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의회는 최근 제31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조7034억원 규모의 인천시교육비특별회계 제2회 추경 수정안을 통과시켰다고 1일 밝혔다.
심사 결과 교육청이 제출한 9개 사업에서 11억4182만9000원을 삭감한 반면 10개 사업에는 6억4437만원을 증액했다. 차액은 예비비로 편성됐다.
삭감 대상에는 난정평화교육원 부지 매입비 5억6885만4000원과 평화교육 야외학습장 조성 연구용역비 3000만원이 포함됐다. 인천교육브랜딩 광고료 1억6440만원과 미디어광고 66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읽걷쓰 플랫폼 운영비 1670만원, 학습역량강화 이끔학교 운영비 3000만원 등 교육정책 관련 사업도 감액됐다. 결마루미래학교 다목적강당 1억6500만원과 남동고 LED 전광판 1억원도 삭감됐다.
반면 학교별 시설·물품 예산은 증액됐다.
서인천고 도서실 리모델링에 2억원, 스노우멜팅 공사에 1억4054만원이 추가됐고 경원초 급식실 식탁·의자 5840만원, 서면초 복도 도장공사 4885만원 등이 증액됐다.
양지초 체육관 방송장비 4854만6000원, 원당초 급식실 테이블 4970만원, 신현북초 교직원회의실 4756만원, 한들초 후문 CCTV·인터폰 1625만3000원 등도 예산에 새롭게 반영됐다.
학교 시설 개선과 안전 관련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의회가 교육청의 정책사업에는 사업 절차와 효과를 엄격하게 따지면서 자신들이 증액한 개별 학교 사업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가 상대적으로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의회는 난정평화교육원 부지 매입에 대해 연구용역 등을 통해 사업계획을 먼저 구체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석면 제거와 교권 보호 등 학교 현장의 긴급한 수요에 예산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그렇다면 의회가 새로 증액한 학교별 공사와 물품 구입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됐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들이 언제, 어떤 경로로 요구됐으며 교육청의 당초 편성안에서 왜 빠져 있었는지, 의회 심사 과정에서 어떤 근거로 필요성이 인정됐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9대 시의회에서 발생했던 교육 관련 물품 납품 논란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더욱 투명한 심사가 요구된다.
제9대 의회에서는 2022년 교육감 공약인 수능 원서비 지원 예산 12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후 당시 교육위원회 주요 보직을 맡았던 전직 시의원 2명이 인천시교육청 전자칠판 납품사업과 관련한 뇌물 혐의로 기소되면서 교육시설·물품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형사사건으로 확대된 전례가 있다.
현재의 추경 증액 사업과 당시 전자칠판 사건이 동일한 사안이라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과거 납품사업을 둘러싼 사건이 있었던 만큼, 새 의회가 학교 시설과 물품 관련 예산을 직접 증액했다면 사업 선정과정과 심사 근거를 더욱 꼼꼼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제10대 의회는 전체 45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38석을 차지하는 절대다수 구조다. 도성훈 교육감 역시 3선 임기를 시작한 상황이다.
이런 정치적 구도에서 출범 초기부터 교육청 주요 정책과 예산을 둘러싼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의회가 교육감 공약을 평가하는 잣대와 의회가 선택한 사업을 판단하는 잣대가 달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교육감 공약이라고 해서 예산 심사의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의회가 증액한 학교 공사와 물품 예산 역시 ‘학교 현장의 필요’라는 이유만으로 검증을 면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추경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교육청이 제출한 사업은 왜 삭감했고, 의회가 새로 집어넣은 사업은 왜 증액했느냐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의회가 교육예산 심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삭감 내역뿐 아니라 증액 사업의 선정 기준과 요구 경로, 심사 근거까지 시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정책의 우선순위를 바로잡겠다는 예산 심사가 또 다른 방식의 ‘의회식 예산 편성’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