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사전투표 당시 포체투지 투표 권유
법원 "피고인, 범행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아"
박경석 "장애인 권리 투표 맥락 전혀 고려 안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뉴시스
공직선거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29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박 대표는 선고 직후 "앞뒤 다 자르고 판결한 부분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박 대표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집시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박 전 대표는 2024년 4월5일 제22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 서울 종로구 이화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포체투지 방식으로 투표소를 향해 이동해 투표를 시도하며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투표해달라"고 투표 참여를 권유한 혐의를 받는다.
포체투지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오체투지'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이 기어가는 방식으로 하는 행동이다.
공직선거법은 사전투표소나 투표소 100m 이내에서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여러 차례 경고한 점 등을 들어 박 전 대표가 금지된 투표 참여 권유 행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헌법상 침해된 장애인의 권리를 함양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보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투표소 인근에서 투표 참여를 권유할 수 있었다"며 "사전투표소 인근에서 투표 참여를 권유해야 할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고 관련 사건의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대표의 행위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선거범죄와 비교해 범행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 대표에게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옥외집회를 연 혐의도 적용됐으나, 재판부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이 효력을 상실해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가 끝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박 대표는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사법부는 전장연이 왜 투표소까지 가서 포체투지 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권리에 투표해 달라는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장으로만 판단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을 분리하고 차별하는,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이 사회 속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이며 투표할 때 반드시 (장애인을) 분리하는 것을 고려해 투표해 달라는 호소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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