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이상 수용체계 구축
송전 119→171GW·배전 84→110GW 확대
호남 송전 37→64GW·배전 18→30GW 늘려
확보한 여유용량 기존 대기 사업자에 우선 배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전력망 혁신대책’을 보고했다. 사진은 이천시 장호원읍 한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뉴시스
송·배전망 부족으로 2034년 이후에나 신규 진입이 가능했던 호남 지역의 재생에너지 접속이 다시 열린다. 정부는 기존 전력망 활용도를 높이고 장기 지연 사업이 선점한 접속권을 조정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이상을 수용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력망 혁신대책’을 보고했다. 호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송전망과 배전망 병목으로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 진입이 제한돼 왔다.
송·배전망 건설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새 망 확충만 기다리지 않고 기존 전력망의 수용력을 먼저 끌어올리는 데 이번 대책의 초점을 맞췄다.
기후부는 다음 달 1일부터 호남권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을 해제한다. 충청 일부 지역도 신규 접속이 가능해진다. 동해안은 ‘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직류송전(HVDC) 1단계’가 준공되는 내년 상반기에 제한을 풀 방침이다.
같은 날부터 기존 대기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기 접속 신청을 받는다. 다음 달 확보 용량을 공고하고 연말까지 계통 검토를 거쳐 기존 사업자에게 우선 배분한 뒤 내년 1월 신규 사업 접수를 시작한다.
호남 전 지역이 동시에 열리는 것은 아니다. 호남권 변전소 87곳 가운데 여유가 있는 46곳은 신규 사업 접수 재개 이후 대부분 즉시 접속할 수 있다. 포화 상태인 41곳은 ESS 설치와 변전소 신설에 맞춰 2028~2030년 단계적으로 열린다. 유연접속과 배전망 ESS를 활용하면 일부 포화 지역도 접속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유연접속으로 호남 2.6GW…ESS로 망 증설 부담 낮춘다
새 전력망이 완공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존 망을 더 활용한다.
태양광 발전량이 전력망 수용량을 일시적으로 넘을 때 출력을 제한하는 ‘유연접속’을 도입해 배전선로 접속 한도를 14㎿에서 16㎿로, 변전소는 50㎿에서 60㎿로 높인다. 별도 전력망 건설 없이 호남권에서 태양광 2.6GW를 추가 수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사업자가 ESS 등을 활용해 실제 출력량을 허용 범위 안에서 조절하는 ‘자율접속 제도’도 도입한다. 정부는 올해 실증을 거쳐 공용망으로 확대하면 태양광 설비용량을 접속용량의 2~3배까지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SS는 전력망 증설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2030년까지 배전망 ESS를 통해 태양광 3GW, 변전소 ESS로 1.6GW의 추가 접속 여력을 확보한다. 신옥천·청양 등 송전 여력이 부족한 지역에는 송전망 보강 ESS 2.6GW를 설치한다. 사고에 대비해 평소 비워두던 송전용량을 실제 전력 수송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일원에 준공된 영광풍력발전단지. ⓒ뉴시스
해상풍력 약 10GW 접속 시기 조정…사업 이행률 반영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전력망을 선점한 사업의 접속권도 정비한다.
정부는 허수 사업 점검을 통해 지금까지 약 9GW 규모의 접속권을 회수했다. 앞으로는 장기 지연 사업까지 관리 대상을 넓혀 실제 사업 진행 상황에 맞춰 접속 시기를 조정할 계획이다.
호남권 해상풍력은 2030년까지 15.8GW의 접속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진입 전망은 약 3GW에 그친다. 정부는 사업 진척도를 따져 약 10GW의 접속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망 이용개시 5년 전까지 환경영향평가를 마치지 못하면 접속 시기를 조정하고, 3년 전까지 고정가격 계약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기를 늦추거나 접속권을 회수한다.
모든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가정하던 전력망 배분 방식도 바뀐다. 2031년 이후 진입 물량부터 발전사업 허가 후 1년 내 망 이용계약 체결률인 67.2%를 반영해 추가 접속 여력을 산정한다. 호남권은 이 방식으로 발전허가 단계에서 최대 2.4GW를 더 수용할 수 있다.
석탄·LNG보다 재생 우선…내년부터 선착순 접속권 폐지
재생에너지 접속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실제 전력계통 운영 방식에 맞게 바꾼다.
기존에는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을 검토할 때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먼저 가동된다고 가정했다. 앞으로는 재생에너지가 일반 화석연료 발전보다 먼저 발전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기후부는 새 기준을 적용하면 영남·강원권 약 18GW를 포함해 비수도권에서 2030년 기준 재생에너지 20GW를 추가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착순으로 접속권을 나눠주는 방식도 폐지한다. 내년 1월부터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과 연계해 경제성·공익성·계통 여건 등을 평가한 경쟁입찰 낙찰 사업에 접속권을 부여한다. 사업 초기 접속권을 확보한 뒤 장기간 지연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복안이다.
공용배전망 보강 비용도 손질한다. 현재는 먼저 접속하는 사업자가 보강 비용을 부담하고 후발 사업자는 별도 비용 없이 이용하지만, 앞으로는 한전이 우선 투자한 뒤 이용 사업자의 설비용량에 따라 비용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번 대책이 이행되면 2030년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은 송전 기준 119GW에서 171GW로 52GW 늘어난다. 배전단도 84GW에서 110GW로 26GW 확대된다.
호남권은 송전단 수용량이 37GW에서 64GW로, 배전단은 18GW에서 30GW로 증가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새로 전력망을 건설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전력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2024년 9월부터 막힌 재생에너지 계통 제약을 해제하고 호남의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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