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군 지휘부 9명 고발…국방부 장관엔 증거인멸 혐의도
법조계 "군 대응 미흡·현장조사 지연만으론 처벌 어려워"
일반이적은 고의, 직무유기는 의식적인 직무 포기 입증 관건
북한 소행 알고도 은폐 지시했다면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성립 가능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남측 대성동 마을에 태극기와 북측 기정동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를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과 군 지휘부에 대한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군의 경계·안전 대응이 미흡했거나 사고 현장 조사가 늦어졌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북한 소행을 알고도 은폐를 지시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이 대통령과 군 지휘부 등 9명을 직무유기·직권남용·일반이적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도 27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을 직무유기·직권남용·증거인멸 등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지난 21일 경기 파주 DMZ에서 군이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지뢰 추정 폭발이 두 차례 발생해 장병 3명이 다쳤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과 지뢰 매설 의혹에 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의원은 사고 이후 현장조사를 미뤄 증거가 훼손될 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장에 담긴 군의 대응상 문제가 형사책임으로 이어지려면 각 혐의가 요구하는 행위와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
지난 2024년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형법상 일반이적죄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경우 성립한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군의 경계·대응이 미흡했거나 판단 착오가 있었다고 해도 "이를 북한에 군사적 이익을 주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며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봤다.
직무유기죄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대응 과정의 판단 오류나 작전 지휘상 미흡함과 의식적인 직무 포기는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고발인에게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추가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성립한다. 김 변호사는 통상적인 작전 지시나 안전 대책 수립만으로는 부족하며, 하급자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부당하게 강요한 구체적 행위와 인과관계가 특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증거인멸죄 역시 조사 지연 자체보다 타인의 형사·징계 사건에 관한 증거를 고의로 없애거나 숨긴 행위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도 일반이적죄 성립은 어렵다고 봤다. 다만 북한 소행임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증거인멸교사나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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