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비후성 심근증 심방세동 위험, '심초음파'로 가려낸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9.28 09:00  수정 2026.09.28 09:02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좌심방 압력·수축 기능 따라 4단계 병기 제시

병기 오를수록 심방세동 위험 1.83배씩 증가

“고위험 환자 선별해 맞춤형 감시 전략 수립 기대”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좌심방 병태생리에 대한 도식. ⓒ서울대병원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심초음파 검사로 세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좌심방의 압력과 수축 기능을 기준으로 환자를 4단계로 구분한 결과, 병기가 높아질수록 심방세동과 뇌졸중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임재현·김형관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황인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교수와 공동으로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좌심방 상태를 4단계로 분류하고 이에 따른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받은 비후성 심근증 환자 705명을 평균 7.5년간 추적 관찰했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잘 이완되지 않는 유전성 심장질환으로 성인 200~5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질환이 진행되면 좌심방의 압력이 높아지고 심방이 늘어나거나 섬유화되면서 심방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세동은 비후성 심근증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지속성 부정맥으로 뇌졸중과 사망 위험을 높인다.


현재 진료지침은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매년 또는 2년마다 심전도와 홀터 검사를 시행해 심방세동 발생 여부를 살피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할지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기존에 활용되던 좌심방 크기도 오랜 기간 압력 부하가 누적된 결과를 보여주는 지표여서 좌심방의 기능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좌심방 병기에 따른 심방세동 발병 위험 (Kaplan-Meier 곡선). ⓒ서울대병원

이에 연구팀은 심초음파로 측정할 수 있는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을 함께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이 모두 정상인 1기부터 압력이 높아지고 수축 기능까지 떨어진 4기까지 총 4단계 병기 체계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1기는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이 모두 정상인 단계다. 2기는 높아지는 압력에 대응해 좌심방 수축 기능이 강화되는 ‘과보상’, 3기는 높은 압력에도 수축 강화가 사라지고 좌심방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기능 저하’, 4기는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수축 기능까지 정상 수준 아래로 떨어진 ‘탈진’ 단계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병기가 높아질수록 심방세동 발생 위험도 뚜렷하게 증가했다.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1.83배 증가했다. 10년 누적 심방세동 발생률은 1기에서 4.8%에 그쳤지만 2기 16.7%, 3기 23.9%, 4기에서는 49.1%까지 높아졌다.


병기 체계의 예측력은 외부 환자군에서도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425명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82배 증가했다.


뇌졸중 위험도 병기에 따라 높아졌다.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증가할 때마다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은 1.81배 증가했으며, 3~4기 환자의 연간 뇌졸중 발생률은 약 1%로 나타났다.


장기 추적에서도 좌심방 병기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첫 심초음파 검사 후 4~6년 뒤 추적 검사를 받은 환자 217명 가운데 39.6%는 기존 병기를 유지했고, 43.8%는 더 높은 병기로 진행하거나 심방세동이 발생했다.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재현·김형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이번 병기 체계를 활용하면 심방세동 위험에 따라 환자별 감시 강도를 달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위험이 낮은 초기 환자는 검사 주기를 조정하고, 고위험 환자는 보다 촘촘하게 심방세동 발생 여부를 살피는 방식이다.


임재현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좌심방이 높아진 압력에 적응하다가 결국 한계에 이르는 과정을 4단계로 보여준 것”이라며 “각 단계에서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 시점을 찾고, 고위험 환자의 심방세동과 뇌졸중을 조기에 예방하는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좌심방은 그동안 좌심실 기능을 반영하는 수동적인 지표로만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스스로 적응하고 소진되는 능동적인 기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심초음파 판독 과정에 이 병기 평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 본지인 ‘JACC(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IF 22.3)’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