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 터진 33주 산모, 부산까지 헬기로"…지역 분만 공백 갈수록 커진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9.28 11:45  수정 2026.09.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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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자체 10곳 중 3곳 분만실 없어…운영기관도 감소

응급 산모 수용 병원 부족…장거리 이송 잇따라

“지역 분만·응급진료 공백 막도록 인력·시설 지원 강화해야”

서울 시내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지역에서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이 줄면서 산모들의 진료 여건도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조산이나 출혈 등 응급상황에도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지역 분만·응급진료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분만실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은 71곳(31.4%)에 달했다. 2018년 61곳보다 10곳 늘었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에서는 과천·의왕·안성·여주·동두천과 연천·가평·양평 등 여러 지역에 분만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관 자체도 줄고 있다. 전국 분만실 운영 의료기관은 2018년 721곳에서 2024년 528곳으로 193곳(26.8%) 감소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같은 기간 396곳에서 206곳으로 줄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분만 인프라가 줄어들면서 응급상황에 놓인 산모가 지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장거리 이송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북 예천에서는 양수가 터지는 조기양막파열 증상으로 임신 33주차 30대 산모가 인근에서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소방헬기로 부산까지 이송됐다. 앞서 이달 9일에도 경주에서 임신 33주차 산모가 하혈 증상을 보였지만 지역 내에서 치료가 어려워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처럼 조산이나 출혈 등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려면 단순히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응급·고위험 산모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료진뿐 아니라 응급수술이 가능한 수술실과 마취 인력 등이 갖춰져야 한다. 출산 이후 미숙아나 고위험 신생아까지 치료할 수 있는 진료체계도 필요하다. 분만실을 운영하는 병원이라도 이러한 여건이 부족하면 산모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진료체계를 지역에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응급분만은 시간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어 야간과 휴일에도 의료진이 대기해야 하고 수술실과 마취 인력 등도 상시 확보해야 한다. 출생아 감소로 분만 건수가 적은 지역일수록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의료분쟁 위험과 높은 업무 강도, 야간·휴일 진료 부담 등이 겹치면서 의료진 확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에서 분만과 응급진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분만 건수만으로 의료기관의 운영을 맡기기보다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정책브리핑을 통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이 사라지는 것은 임산부와 신생아의 안전을 위협하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의 신호”라며 분만 취약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분만 건수가 적은 지역에서도 진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지역에서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이 줄어들수록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산모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분만은 산모와 신생아 모두에게 신속한 대응이 중요한 만큼 지역에서도 필요한 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출생아가 줄었다고 해서 분만에 필요한 의료 인프라까지 함께 줄어들 수는 없다”며 “분만 건수가 적은 지역에서도 산모가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분만·응급진료 기반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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