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은 겸손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욤키푸르 전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9.24 09:00  수정 2026.09.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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욤키푸르를 맞아 53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스라엘

양치기 소년 전략으로 이스라엘의 경계심을 허문 뒤 기습 공격한 이집트

재래식 국방력에 자만하지 말고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주시해야

욤키푸르 전쟁 당시 골란고원에서 시리아군에 붙잡힌 이스라엘 군인들. ⓒTHE TIMES OF ISRAEL

이스라엘은 지난 9월21일 대속죄일이라고 번역되는 욤키푸르(Yom Kippur)를 보냈다. 욤키푸르는 구약성경 레위기 23장에서 유래되었는데 어떠한 노동도 허용되지 않고 금식과 종교적 행사가 주를 이루는 거국적 공휴일이다. 하지만 반세기 전인 1973년 이 날에 이집트와 시리아의 기습 공격으로 나라가 망할 뻔 했던 실수를 되돌아보는 행사도 가졌다.


당시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은 일부러 그런 날을 골랐다. 마치 김일성이 일요일 새벽에 6·25 전쟁을 도발한 것처럼 말이다. 욤키푸르에 이스라엘 군인 대부분은 휴가를 떠났다. 욤키푸르 전쟁이 유명한 것은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을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른바 ‘양치기 소년’ 작전으로 농락했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에 이스라엘은 파멸 직전까지 갔다. 남쪽에서는 이집트군 수십만 명이 수에즈운하를 건넜고 북쪽에서는 시리아군이 골란고원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몇몇 이스라엘 전차가 수백 대의 시리아 전차를 막아야 했다. 전쟁 발발 첫 48시간 이스라엘의 존망이 흔들렸다. 물론 19일이란 전체 전쟁 기간을 보면 이스라엘이 반격을 하긴 했지만 개전 48시간 만에 17개 여단이 전멸될 정도였다.


불과 6년 전인 1967년 6월, 단 6일만에 시나이반도·골란고원·동예루살렘을 모두 빼앗던 중동 최강의 군사력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기습공격에 무방비로 당했으며 정보전도 완패했다. 이스라엘은 무려 2656명이 숨지고 7250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400여대의 탱크가 파괴되었고 102대의 전투기가 격추당했다. 최고의 치욕으로 남아 있다.


이집트군은 수에즈운하 건너편에 이스라엘군이 구축해 둔 길이 160㎞, 경사각 45~60도, 높이 18~25m의 모래 언덕 ‘바레브 라인’을 기발하게도 독일산 고압펌프로 뚫은 뒤 당초 예상과 달리 몇 시간 만에 시나이반도로 진격했다.


이스라엘 군대는 이집트가 발사한 SA-6 지대공(地對空) 미사일과 새거 대전차(對戰車) 미사일에 직격타를 맞았다. 시리아군 전차병들의 숙련도도 높아져 800m 거리에 있는 이스라엘군 전차를 정확히 타격했다. 시리아군은 헬기를 이용한 특수부대의 습격으로 헤르몬산에 있는 이스라엘군 진지를 한 시간 만에 점령하고, 갈릴리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지점까지 내려왔다.


아랍 국가들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1970년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뒤를 이은 안와르 사다트는 전임자와 달리 군대의 나약한 전투력을 끌어 올리는 개혁부터 시작했다.


반면 이스라엘 수뇌부는 느긋했다. 지금까지 3차례의 큰 전쟁을 치르면서 아랍에 연전연승했으니 자신감이 충만했다. 당시 모사드 이외에 군 정보국인 아만(AMAN) 등에서 계속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전쟁 발발 하루 전날에 군사위성이 촬영한 사진에는 이집트군 5개 사단이 전투 준비를 완전히 마친 상태로 수에즈운하 서안에 배치된 모습이 찍혀 있었고, 골란고원에는 최고 수준의 전시편제를 갖춘 시리아군 5개 사단이 아주 엷은 이스라엘군 방어선과 맞서 있는 상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다비드 엘라자르 참모총장과 엘리 제이라 아만 국장 등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며 아랍이 이스라엘을 침공할 능력은 없다”면서 ‘전쟁 발발 가능성 낮음’이란 견해를 피력했다. 심지어 전쟁 직전에 이스라엘 참모본부는 당시 36개월인 현역 복무기간을 3개월 줄이는 조치를 준비했을 정도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스라엘군이 자만하고 있는데 주목한 사다트가 지혜로운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사다트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듯한 공갈을 자주 날리는 ‘양치기 소년’ 전술을 썼다. 처음에는 이스라엘이 잔뜩 긴장하여 동원령까지 발동했으나 막상 이집트 측이 별다른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달리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사다트는 위협만 해대는 허풍쟁이로 여겨지게끔 말이다.


심지어 사다트가 전쟁 직전에 날린 진짜 협박까지도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어디서 또 허세를 부려”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예루살렘포스트 종군기자로 전쟁을 취재했던 아브라함 라비노비치는 “6일전쟁의 승리에 도취해 아랍군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사고방식이 이스라엘 사회 전반에 팽배했다”며 “설혹 전쟁이 일어나도 이길 것이라는 자만과 오만이 깔려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고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AP

지난 2018년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코드명 엔젤’에는 이집트 정보통이 사다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양치기 소년’이라는 동화를 아시지요. 이스라엘의 눈앞에서 공격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겁니다. 한 달 후 군사훈련을 또 하면 곧 이스라엘은 지쳐 경계를 늦추겠죠. 몇 번이고 반복합니다. 그렇게 승기를 잡는 겁니다.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이길 거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미끼를 던져 대통령님의 계획을 간파했다고 착각하게 하세요. 속이고 또 속이세요. 대통령님이 허풍쟁이라고 그들이 착각한 순간, 대통령님에게 더는 카드가 없다고 안심할 때, 올인하는 겁니다.”


당시 이스라엘 수뇌부의 대응을 놓고 이스라엘 언론은 ‘최악보다 더 나쁜(Worse than the worst)’ 순간이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스라엘은 뒤늦게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유대인이지만 미국 국익에만 집착하던 헨리 키신저 미국 외무장관으로부터 굴욕적인 대접을 받는다. 키신저로서는 이스라엘이 너무 빨리 이기면 아랍이 체면을 잃고 중동외교가 복잡해진다는 계산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이스라엘은 겨우 미국의 도움을 받아 반격을 벌였다.


욤키푸르 전쟁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도 때도 없이 북한이 남침한다고 떠드는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북한이 버젓이 탄도미사일을 수시로 쏘아 대고 핵무기 보유를 자랑하는데도 데도 불구하고 마치 전쟁은 없으며 오직 평화 프로세스만 있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은 더 더욱 나쁘다.


탈영 의혹을 지닌 방위병 출신이 국방부 장관을 지내면서 온갖 망신을 당하더니, 이번에는 육사를 졸업한 4성 장군 출신이 장관이 되겠다면서도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라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 군대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전투력은 어느 수준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에서는 2026년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한국의 군사력을 145개국 중 5위로 평가한 점을 언급하며 이제 한미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기도 한다. 착각이다. GFP 스스로 밝혔듯 이 순위는 60개 이상의 요소를 종합해 산출한 재래식 군사력의 이론적 지표다. "한국군이 실제 전쟁에서 세계 5위로 싸울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더구나 핵무기는 아예 빠져 있다.


한국군은 월남전 이후 대규모 전쟁을 수행해 본 경험이 없다. 만일 지금 군인들에게 소총 1자루 씩만 지급하고 전쟁을 벌인다고 가정할 경우 최강 대열에 오를 나라는 바로 중동에서 실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북한, 그리고 예멘의 후티반군 정도라고 보여진다. 이들이 '세계 최고의 군사력'은 아니지만 '세계 최강의 전투력'은 분명하다.


북한은 수십 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서 첨단 드론 전쟁을 체험하고 기존 미사일의 정밀도를 높이는 중인데 재래식무기 순위가 5등이란 주장 하나만 믿고 대책없이 전작권 환수에만 열을 올리는 이 상황을 욤키푸르 전쟁은 무엇이라고 평가할까. 이스라엘에서는 이번 욤키푸르에도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라는 솔로몬 왕의 잠언이 곳곳에서 들렸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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