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보느라 내릴 역 놓칠라"… 두 화면으로 갈라진 지하철 [광고가 바꾼 지하철①]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9.24 13:29  수정 2026.09.2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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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칸이 달라졌다...화면 분할하고 전용 안내판 두는 지하철 칸 늘어

승객의 시각적 권리 보장되어야

지하철 직장인 "역 이름 없이 광고만 계속 이어지면 답답"

내릴 역을 확인하려고 올려다본 화면에 광고가 흐르고 역사 벽면의 스타 생일 광고 앞에는 팬들이 모인다. 역 이름 옆에는 기업과 기관의 이름이 붙는 것도 익숙해졌다. 지하철의 광고는 시민이 정보를 얻는 방식부터 공간을 이용하고 장소를 기억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객실 화면과 팬덤 광고, 유상 역명병기를 통해 달라진 지하철의 풍경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시민의 이용 편의와 공공성을 어떻게 지킬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하철 객실 화면이 광고와 운행정보를 분리하는 '두 화면' 체제로 진화하고 있지만 일부 노선에서는 여전히 역명 표기가 긴 광고 시간에 밀려 승객들이 내릴 곳을 놓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광고와 안전 정보, 안내 방송이 계속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승객에게 끊김 없이 위치를 전달하는 '정보의 독립성'이 지하철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객실 안, 승하차문 위에 나란히 설치된 두 개의 화면은 각기 다른 정보를 전한다. 왼쪽 화면에 '아차산(어린이대공원)'이라는 역명과 내리는 문 위치가 고정 표시되는 동안 오른쪽 화면에서는 화재 발생 시 대피 요령을 설명하는 안내 영상이 흘러나온다. 공공 안내나 상업 광고가 재생되는 와중에도 승객은 언제든 옆 화면을 통해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아차산(어린이대공원)역으로 가는 5호선 열차 내에는 듀얼 모니터와 간이문 위 역명 표시기가 설치돼 있다.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상품 광고와 안전 수칙, 이용 예절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연속으로 송출되는 환경 속에서 운행정보를 끊김 없이 제공하기 위해 화면을 분할하거나 전용 안내판을 두는 지하철 칸이 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8월 31일 기준 2~8호선 358편성, 총 3080칸의 역명 상시표시 개선이 완료됐다. 남은 5호선 하남선 32칸과 8호선 별내선 54칸도 올해 12월까지 순차적으로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며 향후 신규 도입되는 전동차에도 상시표시 화면이 전면 적용된다.


2·5호선 등 주요 노선에서는 출입문 위뿐만 아니라 칸과 칸을 잇는 연결문 위에서도 다음 역명과 내리는 문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혼잡한 객실 안에서 휴대전화를 보던 승객이 고개를 올렸을 때 곧바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배치를 다변화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이용이 많은 공항철도 역시 가로형 화면을 활용해 다국어 안내를 상시 노출하는 등 이용 편의를 높였다.


열차 밖 승강장 환경도 함께 바뀐다. 공사는 1~8호선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에 도착역명 표지 2만 26곳을 추가 설치했다. 한 칸당 역명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 기존 10곳에서 16곳으로 늘어나 객실 안에서 창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현재 위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여의도, 노량진, 고속터미널 등 이용객이 밀집하는 9호선의 경우 열차 편성에 따라 안내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신형 모니터가 적용된 열차와 달리 하나의 화면에서 광고와 역명을 번갈아 보여주는 구형 모니터 설치 열차가 여전히 운행 중이기 때문이다.


구형 모니터가 달린 열차에서는 사과 판매 광고, 폭염 대응 요령, 편의점 행사 안내 등 각종 홍보 영상이 이어지는 동안 역명 표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기자가 직접 탑승해 측정한 결과, 9호선 급행열차의 당산~염창 구간에서는 전체 이동시간 중 광고 송출이 약 1분 50초를 차지한 반면 역명 표시 시간은 약 1분 14초에 그쳤다. 특히 석촌역에서 종합운동장역으로 이동하는 구간에서는 광고 표기가 약 2분 30초 동안 지속된 반면, 역명이 화면에 떠 있던 시간은 약 1분 6초에 불과해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구형 모니터가 있는 9호선 열차 내부.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강서구에서 9호선과 5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신성찬(65)씨는 "9호선을 탈 때 광고는 길게 나오고 역명은 뒤늦게 잠깐 나타나 내려야 할 역을 놓칠 뻔한 적이 있다"며 "상시 안내가 되는 5호선에 비해 불편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승객이나 혼잡한 시간대 승하차를 준비해야 하는 탑승객에게도 이러한 대기 시간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달에 두세 번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20대 직장인 A씨 역시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미리 출입문 쪽으로 이동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릴 역 이름 없이 광고만 계속 이어지면 답답하다"고 전했다. 익숙한 경로가 아니거나 객실이 혼잡할수록 즉각적인 위치 확인이 더욱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안내장치 관련 불편은 지속적인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에 접수된 열차 내 행선안내게시기 관련 민원은 2022년 6485건에서 2025년 1만 773건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올해 역시 7월까지 6101건이 접수된 상태다. 승객들이 지속적으로 운행정보 제공 방식의 개선을 요구해 온 셈이다.


이에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9호선 표시판에 대해 "계획했던 20편성의 37인치 객실안내표시기 개량 작업을 올해 7월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남은 미개량 16편성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행정적 검토 결과에 따라 연내 추진 여부와 구체적인 개량 범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다양한 형태의 행선안내기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확인된 핵심 과제는 '운행정보의 독립성 확보'다. 화면 상단에 역명을 고정하거나 별도 안내판을 추가하는 변화는 승객이 콘텐츠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즉시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광고가 지하철 객실의 일상적인 요소로 자리 잡은 상황일수록 이동의 기준이 되는 역명 안내는 타협할 수 없는 기본 서비스여야 한다. 승객이 고개를 든 어느 순간에나 자신이 도착한 곳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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