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 2억명 시장은 아직…폐점·리뉴얼 병행하며 ‘효율화’ 나선 극장가
관객 돌아와도 극장 수는 감소…‘한 편의 흥행’보다 중요한 지속 가능한 수요
지난해 자취를 감췄던 천만영화가 올해 극장가에 다시 등장했다. ‘왕과 사는 남자’가 1692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도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역시 9월 중순 기준 누적 관객 약 894만명을 기록했다. ‘군체’(584만), ‘살목지’(324만), ‘호프’(458만) 등도 흥행에 가세했다.
관객 회복세도 뚜렷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는 5705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4.2% 증가했다. 매출액은 5790억원으로 41.9% 늘었다. 한국영화 매출액은 37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1.7% 증가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의 94.2%까지 회복했다.
CJ CGV ⓒ뉴시스
그럼에도 극장가에서는 여전히 ‘위기’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다. 주요 멀티플렉스의 영업 종료도 올해 이어지고 있다. CGV는 지난 1월 경산점과 대구아카데미점, 시흥점에 이어 지난달 판교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롯데시네마는 안양점과 부평점, 합정점이 문을 닫았다. 메가박스 창동점도 지난 5월, 신촌점은 지난 21일 영업을 종료했으며, 동대문점은 이달 말까지만 관객을 받는다.
반대로 리뉴얼을 거쳐 다시 문을 여는 극장도 있다. CGV 대구수성점은 지난 1월 영업을 종료했다가 전 좌석을 리클라이너로 교체한 뒤 6월 재개관했고, 여의도점도 약 3개월간 리뉴얼을 거쳐 7월 다시 관객을 맞았다. 극장업계가 일률적으로 점포를 줄이는 것보다 지점별 수익성과 상권, 시설 경쟁력을 따져 폐점과 재투자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폐점과 재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는 배경에는 극장 시장의 달라진 규모가 있다. 극장 시장의 규모가 있다. 관객 수와 매출, 관람 빈도 등 지난 10년간의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지금의 흥행이 과거와 같은 의미를 갖지 않는 이유가 드러난다.
메가박스 신촌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10년 전인 2016년에도 극장의 미래를 둘러싼 고민은 시작되고 있었다. 넷플릭스가 그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영화 관람을 둘러싼 환경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그러나 당시 극장 시장의 규모는 지금과 달랐다. 2016년 극장 입장권 매출액은 1조 7432억원이었고 국민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 횟수는 4.20회였다. 전체 관객 역시 2억명을 웃돌았다.
극장 시장은 2019년 정점에 올랐다. 연간 관객은 2억 2668만명, 매출액은 1조 914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당 관람 횟수 역시 4.37회였다. ‘극한직업(1626만)’, ‘어벤져스: 엔드게임’(1397만), ‘겨울왕국2’(1032만), ‘기생충’(1031만),‘알라딘’(1280만), 등 천만영화도 사상 처음 5편이나 나왔다.
당시에도 흥행 양극화는 있었다. 영진위는 2019년 결산에서 천만영화 5편이 탄생한 양적 성장의 이면에 상영 편중과 관객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일부 대작에 관객이 몰리는 현상을 최근 극장가에서 새롭게 나타난 특징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지금과 달랐던 것은 이 같은 쏠림이 나타나는 가운데서도 시장 전체의 규모가 컸다는 점이다. 특정 흥행작으로 관객이 집중되는 현상과 연간 2억명 이상의 관객이 움직이는 시장이 동시에 존재했다.
이 흐름을 끊은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였다. 2019년 2억 2668만명이었던 연간 관객은 2020년 5952만명으로 급감했다. 극장 매출액도 1조 9140억원에서 5104억원으로 줄었고,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는 4.37회에서 1.15회로 떨어졌다.
2021년에도 관객은 6053만명에 그쳤고 1인당 관람 횟수는 1.17회였다. 코로나19 이전까지 2억명 이상을 유지했던 극장 시장이 두 해 연속 6000만명 안팎으로 축소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2022년부터 관객은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범죄도시2’를 비롯해 ‘탑건: 매버릭’, ‘한산: 용의 출현’, ‘아바타: 물의 길’ 등이 흥행하면서 전체 관객은 1억 1281만명으로 증가했다. 극장 매출도 1조 1602억원으로 다시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관객 수는 2019년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후에는 흥행작 성과와 시장 전체의 회복세가 반드시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2023년에는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이라는 두 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지만 연간 관객은 1억 2514만명에 머물렀다. 1인당 관람 횟수는 2.44회였다.
2024년에도 ‘파묘’와 ‘범죄도시4’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러나 전체 관객은 전년보다 1.6% 감소한 1억 2313만명이었고, 1인당 관람 횟수도 2.40회에 그쳤다.
2025년에는 전체 관객이 다시 13.8% 줄어든 1억 609만명, 매출액은 12.4% 감소한 1조 47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극장 전체 관객 수는 2022년 1억 1281만명에서 2023년 1억 2514만명으로 증가한 뒤 2024년 1억 2313만명, 2025년 1억 609만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매출액 역시 2023년 1조 2614억원에서 2024년 1조 1945억원, 2025년 1조 470억원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천만영화가 갖는 의미도 이 과정에서 달라졌다. 코로나19 이전의 천만영화가 연간 2억명 이상 관객이 움직이는 시장에서 나온 초대형 흥행작이었다면, 지금은 전체 시장이 1억명대에 머무는 상황에서도 특정 작품에 1000만명 이상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두 편씩의 천만영화가 나왔음에도 연간 관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시장 회복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극장 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극장 수는 2023년 573개에서 2025년에는 전국에서 영업 중인 극장이 547개로 감소했다. 스크린 수도 2024년 3296개에서 2025년 3154개로 4.3% 줄었고, 같은 기간 좌석은 43만7975석에서 40만7056석으로 7.1% 감소했다. 영진위는 전국 상설영화관을 매년 전수조사하며 기준일 당시 휴·폐관 극장은 집계에서 제외한다.
올해 이어진 개별 지점 영업 종료에는 서로 다른 사정이 있다. CGV 판교점은 임대차 계약 종료, 롯데시네마 합정점은 건물 매각이 직접적인 배경인 만큼 이를 모두 극장 시장 침체의 결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일부 지점에서는 폐점 대신 시설을 바꿔 다시 문을 여는 선택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극장업계가 점포를 바라보는 기준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롯데시네마는 합정점 영업 종료와 관련해 건물 매각에 따른 운영 효율화 차원의 결정이며, 특정 지역의 문제라기보다 지점별 수익성과 운영 구조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체질 개선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CGV 역시 단기간의 흥행 성과로 출점이나 폐점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극장 사업은 임대차 계약과 시설 투자, 인력 등 장기적인 의사결정이 수반되는 만큼 단순한 양적 성장보다 지역별 수요와 상권 경쟁력을 고려한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두 편 흥행작이 극장 사업자의 장기적인 판단을 바꾸기는 어렵다. 한 작품이 천만 관객을 모으더라도 특정 지점의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거나 신규 점포를 열 것인지는 해당 상권에서 꾸준히 관객을 확보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극장 사업자들의 경영상황도 녹록지 않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 5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극장·영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성 확보를 추진 배경으로 제시했다. 관객 감소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국내 멀티플렉스 2·3위 사업자가 통합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합병은 성사되지 못했다. 외부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은 데다 메가박스중앙과 모회사 콘텐트리중앙 등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합병 추진 여건도 달라졌다. 양사가 체결한 MOU는 지난 6월30일 기한 만료로 해제됐고 관련 절차도 중단됐다.
올해 극장가는 이 같은 상황과 흥행 성과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넘어서고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도 900만명 가까운 관객이 몰렸다. 관객을 극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영화의 힘은 여전히 확인된다.
그러나 극장 운영의 입장에서 중요한 숫자는 한 작품의 최종 관객 수에 그치지 않는다. 천만영화가 간판을 내린 뒤 다음 영화가 걸렸을 때도 객석을 채워야 한다. 천만 관객을 모을 영화가 있는 것과 1년 내내 관객이 드는 극장을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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