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듣는 그 곡, 진짜 사람이 불렀을까?”…음원 차트에 숨어든 AI [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9.19 01:01  수정 2026.09.1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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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유튜브 차트 잇단 상위권 진입…유통·등록 절차엔 ‘AI 표시란’ 전무

음저협 자진신고 기준 22일 만에 철회…실태 파악할 기초 데이터도 없어

플랫폼 “가이드라인 논의 필요”…오는 22일 국회서 등록·신탁 기준 첫 공론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된 음악이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 연이어 진입하고 있다. 조선힙합이 발매한 음원 ‘마음의 숲’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의 ‘톱 100’ 차트에 최고 89위로 진입했다. 창작자 머무르의 곡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지난 2일 기준 유튜브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두 곡 모두 인간 창작자의 기획과 후반 작업이 더해졌으나, 작곡과 가창 등 핵심 과정에 생성형 음악 AI(수노 등)가 적극적으로 활용된 결과물이다.


AI가 주류 차트의 문턱을 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음원 유통 및 서비스 구조에는 AI 활용 여부를 파악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없다. 현재 주요 음원 플랫폼의 발매 등록 절차나 유통사 발매 신청 양식에는 창작 과정에서의 ‘AI 활용 여부’를 기입하는 항목이 전무하다. 곡명, 아티스트, 장르 등 기본 정보만 입력하면 그만이다.


한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현재 음원 등록 단계에서 기획사나 유통사 측에 AI 활용 여부를 묻거나 이를 자체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플랫폼 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AI 음원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만큼, 이제는 플랫폼을 포함해 음악 산업계 전반이 모여 AI 표시 제도나 관련 가이드라인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뮤직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 1위 기록한 머무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유튜브 '머무르'

결과적으로 플랫폼과 유통사는 해당 음원이 순수 인간의 창작물인지, AI 생성물인지 묻지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차트에 올리고 있다. 조선힙합과 머무르의 곡이 AI 활용 사실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시스템이 걸러냈기 때문이 아니다. 창작자가 인터뷰와 채널을 통해 자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창작자가 의도적으로 침묵할 경우 이를 외부에서 판별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관련 제도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달 3일 인간이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에 한해 AI 음악의 저작권 신탁 등록을 허용하는 기준을 신설했다. 이때 사용한 AI 도구와 활용 범위, 인간의 기여 내용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시행 22일 만인 지난달 25일 철회됐다. 법적 근거 미비에 대한 국회의 지적과, 문화예술계 전반의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권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음원 시장에 유일하게 존재했던 ‘AI 기입 절차’는 백지화됐고, 해당 기간 등록된 저작물들도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단 하나의 기입 의무마저 사라지면서, 현재 국내 차트에 AI 음원이 몇 곡이나 진입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주체는 플랫폼도, 정부도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깜깜이 유통’은 창작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계비용이 0원에 수렴하는 AI 음원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구분할 표식조차 없다면 시장 질서 자체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멜론 '톱100'에 오른 조선힙합 '마음의 숲' ⓒ유튜브 '조선힙합'

이는 최근 열린 대중음악 산업 전문가들의 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지난 4일 열린 ‘2026 MWM 콘퍼런스’에서 도라 진 텐센트뮤직 비즈니스 총괄은 텐센트 플랫폼 내 신규 등록 음악 중 AI 음악 비중이 2023년 5.2%에서 올해 상반기 44.1%로 2년여 만에 8배 이상 폭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AI 음악과 사람이 만든 음악을 구분 없이 같은 시스템 안에서 경쟁시킨다면 추천과 노출, 수익 배분이라는 플랫폼의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인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AI를 거부할 필요도 없고, AI의 발전을 위해 인간의 권리를 양보해서도 안 된다”며 합법적 데이터를 활용하고 AI 생성 여부를 표시하는 투명한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윤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 연구원 역시 투명성을 핵심 과제로 짚었다. 고 연구원은 “AI가 산업 전체에 스며들수록 더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신뢰”라며 “누가 만들었는지, AI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알 수 있어야 팬들도 음악을 해석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음원 발매의 첫 관문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AI 표시 의무화’가 필수적이다.


다헹히 제도적 진공 상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뒤늦게나마 구체화하고 있다. 오는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AI 활용 음악 신탁 기준 마련을 위한 1차 토론회’가 열린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비롯한 6개 음악 권리자 단체가 공동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이 자리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플랫폼 관계자와 창작자,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음악 산업 현장의 AI 활용 실태를 진단하고,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입증할 수 있는 등록 방식과 AI 탐지 기술의 정확도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실태 파악을 위한 기입란 신설과 투명성 확보를 두고 사회적 합의가 이제 막 첫발을 뗀 셈이다. 차트의 신뢰가 완전히 붕괴하기 전에 투명성을 담보할 제도적 방파제가 세워질 수 있을지 음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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