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6개사 낙찰예정자·들러리·가격 사전 합의…2021~2024년 6건 담합
평균 낙찰률 87.6%→96.2% 상승…과징금 30억900만원·2개사 검찰 고발
한솔제지 CI.
농민신문사가 발주한 인쇄용지 입찰에서 제지업체들이 낙찰받을 회사와 들러리, 입찰가격까지 미리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 기간 평균 낙찰률은 96.2%까지 뛰었고 일부 입찰에서는 예정가격의 99.4% 수준에 낙찰됐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무림에스피, 무림페이퍼, 무림피앤피, 한솔제지, 한국제지, 홍원제지 등 6개사는 2021년 6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농민신문사가 발주한 인쇄용지 입찰 6건에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입찰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했다.
농민신문사는 매년 달력, 가계부 등 연말간행물과 월간지, 팸플릿 등 정기간행물에 필요한 인쇄용지를 입찰을 통해 구매했다. 일정한 사업실적과 생산·공급능력을 갖춘 업체만 참여할 수 있어 사실상 이들 제지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방식은 예정가격 이하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받는 제한경쟁·최저가 방식이었다. 그러나 업체들은 저가 수주를 피하고 높은 낙찰률을 유지하기 위해 입찰 전 모임이나 전화 연락을 통해 낙찰예정자와 입찰가격을 정했다.
담합 기간 평균 낙찰률은 약 96.2%에 달했다. 담합이 없었던 2018~2020년 평균 87.6%보다 8.6%p 높다.
2023년형 연말간행물 인쇄용지 입찰에서는 낙찰률이 99.38%까지 올라갔다. 낙찰가격은 42억4213만2260원이었다. 2022년형 연말간행물 입찰 역시 99.08%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낙찰가는 37억2174만7988원이었다.
업체들은 사전에 정한 순서에 따라 낙찰을 주고받았다. 1차 입찰에서는 한솔제지가 합의대로 낙찰받았다. 3차와 4차에서는 무림페이퍼와 무림피앤피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6차에서는 무림에스피, 무림페이퍼, 무림피앤피가 낙찰받았다.
당초 낙찰예정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탈락해도 들러리로 정해졌던 업체가 계약을 가져갔다. 2차 입찰에서는 낙찰예정자였던 한솔제지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으로 불참하자 무림페이퍼와 무림피앤피가 낙찰받았다.
5차 입찰에서도 낙찰예정자였던 한국제지가 제출 서류 미비로 탈락했다. 이후 들러리였던 무림페이퍼와 무림피앤피가 계약을 따냈다.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은 국내 인쇄용지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2024년 국내 인쇄용지 제조·판매 매출액 기준 6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95% 이상이다. 수입 인쇄용지가 약 15%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도 이들 업체의 점유율은 약 81%다.
이번 입찰담합은 인쇄용지 가격담합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인쇄용지 수요가 줄어 업체 간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상승 등으로 제조원가가 오르자 6개사는 2021년 2월부터 가격담합을 시작했다. 이후 농민신문사 입찰에서도 경쟁을 제한해 낙찰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 했다.
공정위는 6개사에 시정명령과 총 30억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무림피앤피 9억4800만원, 무림페이퍼 5억7300만원, 한솔제지 5억5600만원, 한국제지 5억1500만원, 홍원제지 3억5800만원, 무림에스피 5900만원이다. 한솔제지와 한국제지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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