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환자 전원체계' 효과 봤지만 '보상' 불만…참여병원 70% "개선 필요"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28 15:50  수정 2026.08.28 16:07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소아진료 지역협력 시범사업’ 기자회견

중심병원 53.3% “시범사업, 소아의료체계 회복에 큰 도움”

보상·행정부담 한계 지적도…“수가·지원체계 현실화 필요”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가운데)이 28일 대한병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병원 대상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소아의료기관 간 의뢰·회송 체계를 구축하는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이 중심병원을 중심으로 소아진료 연계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참여 병원에서는 낮은 보상과 행정부담 등이 한계로 지적되면서 본사업 전환에 앞서 수가와 지원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소청병협)는 28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범사업 참여 병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역 내 소아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2024년부터 오는 12월까지 해당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 소아과(1차)와 소아청소년병원(2차), 대형병원(3차)을 ‘지역 진료 네트워크’로 묶어 환자 의뢰·회송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날 소청병협은 소아진료 현장의 인력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간 환자를 연계할 수 있는 협력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용재 소청병협회장은 “오랫동안 소아진료 위기를 이야기해왔지만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한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 졸업으로 병동 당직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신규 당직인력이 확보될 때까지 응급실을 통한 소아 입원을 잠정 중단한다’는 공지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시범사업을 통해 거점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고 실제 효과도 있었다”며 “중심 소청병원을 중심으로 병원 간 의뢰·회송 체계가 작동하고 응급·중증 소아 환자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된 반면, 참여·미참여 소청병원에서는 여전히 의뢰·회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조사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중심병원인 소청병원 19곳 중 15곳, 참여 소청병원 18곳 중 10곳과 미참여 소청병원 16곳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중심병원의 53.3%는 시범사업이 소아의료체계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전국 소아청소년병원으로 확대할 경우 소아진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86.6%에 달했다. 배후병원으로의 환자 의뢰·회송이 원활하다는 응답은 53.3%였다.


반면 사업 운영 과정에서는 보상 수준이 주요 한계로 지적됐다. 중심병원의 46.7%는 실제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에 비해 현행 수가와 지원 수준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본사업 전환 시 필요한 개선책으로는 60.0%가 의뢰·전원 실적뿐 아니라 협력체계 유지와 참여 자체에 대한 기본 보상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주형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부회장(왼쪽)이 28일 대한병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병원 대상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참여 소청병원에서도 현행 지원·운영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두드러졌다. 협력체계에 배정된 연간 약 2억원의 지원금 가운데 병원에 최종 귀속되는 금액이 30% 미만이라는 응답이 50.0%였고, 지원금의 50% 이상을 참여 인력 인건비로 집행하도록 한 규정 역시 50.0%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행정부담도 문제로 꼽혔다. 응답자의 60.0%는 전용 통장 개설과 법인카드 관리, 지출결의서 작성 등으로 주당 5시간 이상 10시간 미만의 추가 업무가 발생한다고 답했다. 의뢰·회송 과정에서는 80.0%가 환자 동의서 작성과 특정내역 코드 입력 등 직통연락망 이용에 따른 행정 절차를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 같은 문제로 현행 지침과 수가 조건이 유지된 채 본사업으로 확대될 경우 참여 소청병원의 50.0%는 ‘조건이 개선되면 참여하겠다’, 20.0%는 ‘현 조건이라면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10곳 중 7곳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 셈이다.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는 50.0%가 수가 상한과 배후기관 무보상 등 보상 설계를 지적했다.


미참여 병원 역시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본사업 확대 시 43.6%가 ‘조건이 개선되면 참여하겠다’, 31.2%는 ‘현 조건이라면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현 조건에서도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25.0%에 그쳤다.


소청병협은 본사업 전환 과정에서 의료기관별 역할과 보상체계를 현실화하고 현장 의견을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문제점을 보완해 제도화한다면 소아진료 의료기관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국가 소아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참여기관과 중심기관, 배후기관 간 의뢰·수락·회송을 표준화하고 전원 과정의 지연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본사업을 보다 면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 중심병원의 전원 수용률은 높은 반면 참여·미참여 병원에서는 사실상 전원이 어렵다는 응답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심병원의 규모와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형 부회장(전주 다솔병원장)은 “이번 조사에서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시범사업에 있어서 중심 소청병원의 효과 등이 나타나 붕괴된 소아의료체계를 조금이나마 회생하는데 도움을 줬다”면서도 “본 사업에서 보다 큰 효과를 보려면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협의를 거쳐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홍준 부회장(김포 아이제일병원장)도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시범사업과 본사업은 소아 환자의 건강과 생존을 좌우하는 정책”이라며 “정부는 물론 국회, 범 사회적 차원의 정책으로 격상시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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