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2년 만에 넷플릭스 공개 후 국내 시리즈 1위
독점 콘텐츠로 플랫폼 경쟁력 확보…대중적 확산에는 한계
유통망 확대냐 차별화냐…국내 OTT가 마주한 선택
2년 전 종영한 드라마 ‘유어 아너’가 넷플릭스 공개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ENA에서 방송된 지니TV 오리지널 ‘유어 아너’는 지난 20일 넷플릭스에 전편이 공개된 뒤 순위를 끌어올려 26일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에 올랐으며 27일까지 유지 중이다. 종영한 지 약 2년이 지난 작품이 신작들과 나란히 경쟁해 정상까지 오른 것이다.
‘유어 아너’는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대립을 그린 범죄 서스펜스다. 손현주와 김명민의 연기 대결을 앞세워 2024년 방영 당시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첫 회 1.7%로 출발한 시청률은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상승했고 최종회에서 6.1%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유어 아너’에는 흥행을 가로막는 한계가 있었다. 시청 경로였다.
'유어아너' 포스터·넷플릭스 홈페이지ⓒENA·넷플릭스
당시 작품은 ENA와 KT의 IPTV 지니TV, 지니TV 모바일을 통해 공개됐지만 넷플릭스·티빙·웨이브·디즈니+ 등 주요 OTT에서는 서비스되지 않았다. 지니TV 이용자가 아니라면 ENA 방송 시간이나 재방송 편성에 맞춰 작품을 봐야 했다. 온라인에서는 작품을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묻는 반응이 이어졌고,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접근하기 어려워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시의 제한적인 유통은 의도된 전략이었다. 스튜디오지니 측은 2024년 ‘유어 아너’에 대해 지니TV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고 플랫폼 가입자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타 OTT 서비스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인기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에 내주지 않고 독점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지니TV를 찾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약 2년 뒤 상황은 달라졌다. 같은 작품이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유통망을 만나면서 다시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작품의 내용도, 출연진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시청자가 작품에 접근하는 경로다. ‘유어 아너’의 뒤늦은 1위는 콘텐츠의 성패가 완성도나 화제성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시청자에게 발견될 수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2년 사이 달라진 출연 배우들의 인지도도 흥행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유어 아너’에서 김상혁 역을 맡아 주목받기 시작한 허남준은 이후 ‘멋진 신세계’의 주연을 맡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넷플릭스의 국내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눈에 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480만 2641명으로 집계됐다. 티빙은 749만 4340명, 웨이브는 441만 4962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이용자가 티빙의 약 두 배, 웨이브의 세 배를 웃도는 만큼 콘텐츠 하나가 넷플릭스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용자와 접점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이처럼 국내 콘텐츠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첫 공개 당시 충분한 시청자를 만나지 못했거나 시간이 지나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작품도 다시 발견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유어 아너’의 1위는 국내 플랫폼이 처한 딜레마도 보여준다.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그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필요하고, 그중 하나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점 콘텐츠다. 하지만 작품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 이용자가 많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면 자사 플랫폼만의 차별화 요소는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독점을 고수하면 ‘유어 아너’가 방영 당시 겪었던 것처럼 콘텐츠가 만날 수 있는 시청자의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플랫폼이 추구하는 방향과 개별 콘텐츠의 가치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국내 플랫폼에는 자사 콘텐츠를 통해 가입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작품의 도달 범위와 수익을 넓혀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유어 아너’가 2년의 시차를 두고 보여준 두 번의 성적은 이 같은 딜레마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실제로 KT 역시 독점 중심의 전략에서 방향을 틀었다. KT는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유통 전략을 개편하면서 기존 KT IPTV 고객 중심으로 제공하던 콘텐츠를 다른 OTT와 제휴해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라이딩 인생’과 ‘신병3’을 티빙에서 함께 공개했고, ‘당신의 맛’은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했다. ENA 측도 지난해 자사 콘텐츠를 다양한 OTT로 확대 제공하는 방향으로 유통 전략을 전면 개편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이용자 규모에서 넷플릭스가 크게 앞서는 상황에서 제작사와 플랫폼에는 독점 여부뿐 아니라 콘텐츠가 얼마나 넓은 시청자에게 도달하고, 얼마나 오래 소비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반대로 국내 사업자들이 흥행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넷플릭스 등 외부 플랫폼에 계속 공급할 경우, 이용자가 콘텐츠를 발견하고 흥행 여부를 확인하는 중심 무대가 넷플릭스로 더욱 기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유어 아너’의 뒤늦은 흥행을 넷플릭스가 묻혀 있던 작품을 살려낸 사례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가 더 많은 시청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거대한 유통망인 동시에, 국내 플랫폼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경쟁자이기도 하다. ‘유어 아너’의 2년 만의 재흥행은 콘텐츠의 가치를 넓히는 유통망의 힘과 그 유통망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깊어지는 국내 플랫폼의 고민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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