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민주당 워크숍서 꽃다발 주고받은 석청…연단에선 "절충 어려운 차이"

데일리안 인천 = 김주혜 기자 (jhaefthr@dailian.co.kr)

입력 2026.08.28 06:00  수정 2026.08.28 06:00

정청래 7차례 호명하며 전대 갈등 복기

김민석 "당원이 민생·실용·확장 선택"

정청래 "1~2분 대화로 매도…마이크 독재"

유시민 '대통령 픽' 주장엔 우회 반박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7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2026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전임 당 대표였던 정청래 의원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인천 인스파이어호텔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정청래 전 대표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건넸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고 행사장에는 박수가 울렸다. 전당대회 경쟁의 앙금을 털어내는 듯했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마이크를 잡자 화합의 무대는 두 사람 사이에 남은 노선 차이를 공개 확인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정 전 대표는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단상에 올랐다. 옅은 미소를 띤 채 꽃다발을 받은 뒤 서삼석 전 최고위원에게 넘겼다. 감사패를 강득구 전 최고위원에게 보여주자 주변에서는 웃음도 나왔다. 감사패에는 당대표로서 민주당 발전을 위해 헌신한 노고에 감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진 강연에서 김 대표는 정 전 대표의 이름을 7차례 언급하며 전당대회 갈등을 복기했다. 후보들의 차이는 인격이나 가치, 목표가 아닌 "방법론의 차이"라고 규정했다. 정 전 대표를 "대표적인 '중도는 없다'론자"로 소개하며 지지층 단결을 통한 승리를 강조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대표는 중도·보수로 외연을 넓혀 '구조적 다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나 또는 아마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며 자신의 노선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연결했다. 전날 정 전 대표와 대화한 사실도 공개하며 두 문제는 "서로 절충하기가 좀 어렵다"고 했다.


강연은 전대 결과의 의미를 선점하려는 노선 선언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자신의 당선을 민생·실용·확장이라는 "노선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그 노선에 따라 당을 운영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패로 전임자를 예우하면서도 전대 승자가 당의 좌표를 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27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2026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민주의 황금시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 도중 전당대회 기간 당내 갈등에 대한 분석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대표는 곧바로 페이스북에서 유감을 나타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전날 본회의장에서 이뤄진 1~2분이 전부였다며 "잠깐의 대화가 오늘 프레젠테이션의 소재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깜짝 놀랐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자신의 발언을 거두절미해 사용한 것은 "거의 폭력적"이라며 "마이크 독재"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중도는 없다'는 말도 중도층의 존재를 부정한 게 아니라 선거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보터'라는 의미였다고 반박했다. 당이 진보·개혁 의제를 주도하고 대통령과 정부가 오른쪽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역할 분담론도 재확인했다. 두 사람의 차이는 확장 여부보다 당이 어느 위치에서 확장을 주도할 것인지에 가깝다.


정 전 대표는 "절충 불가"를 공표한 것은 토론을 가로막는 방식이라며 공개토론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협력할 것은 충분히 협력하겠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공동 목표라고 여지를 남겼다.


친청계의 반발도 이어졌다. 문정복 전 최고위원은 워크숍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정 전 대표가 행사장을 떠났다고 전하며 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저도 똑같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낙선한 분을 전체 국회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거론했어야 했나. 듣는 사람의 마음은 어떻겠느냐"며 "의제를 올린 사람이 책임져야 하나, 반론을 제기한 사람이 더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최민희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전통적 지지층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의 중심을 세우고 민주개혁세력과 먼저 통합·연대한 뒤 이재명 정부와 함께 일을 잘해 스윙보터의 지지를 얻어야 이긴다"고 밝혔다.


한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김 대표 선출의 정통성과 당의 자율성을 겨냥했다. 그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자신이 픽해서 당선시키려 하는 건 왕정, 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표층의 54%는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를 당선시켰지만 46%는 비주류를 살려놨다는 해석도 내놨다.


이는 전대 결과를 압도적인 당원의 노선 선택으로 규정한 김 대표의 설명과 충돌한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 전 이사장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당 외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에 대한 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생·실용, 확장, 유능을 뜻하는 새 ABC를 제시한 것도 유 전 이사장의 기존 ABC론에 대한 우회 반박으로 읽혔다.


정 전 대표는 토론 방식과 신뢰를, 유 전 이사장은 선출 정통성과 당의 자율성을 문제 삼았다. 출발점은 달랐지만 전대 승리를 하나의 노선에 대한 압도적 위임으로 해석한 데 이의를 제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꽃다발로 드러난 인적 화합과 달리 정치적 봉합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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