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입산 밀어낸 ‘10kg의 승부’…알지 미네랄블록의 도전[청춘농담④]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8.24 08:41  수정 2026.08.24 08:42

농진청 맞춤형 배합 기술 이전받아 상용화 성공

저가 수입 소금블록 맞서 성분 차별화 승부

폭염기 가축 스트레스 줄이고 수입 의존 끊어내

극심한 폭염 등 기후변화로 축사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네랄블록의 국산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분야에서 이제 역수출의 신화까지 기대하고 있다. 한 축산농가에서 소가 미네랄블록을 핥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농업의 가치와 미래 기술을 조망해 온 ‘농사직썰’이 다섯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시즌1의 연구 성과를 시작으로 지역 기술(시즌2 월령가), 해외 진출(시즌3 케이팜), 연구 현장의 이면(시즌4 혁신의 씨앗)까지 짚어 왔다면, 시즌5는 그 기술력이 시장에서 어떻게 부가가치로 전환되는지에 주목한다.


이번 시즌의 대문은 ‘청춘농담(靑春農談)’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고부가가치 원재료를 바탕으로 청년 농업인이 현장에서 써 내려가는 생생한 성공담을 뜻한다. 동시에 청년의 감각과 기획력이 전통 농업의 색과 밀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포착하겠다는 뜻도 담았다.


기술은 실험실에 머물 때보다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날 때 더 또렷한 가치를 갖는다. 본지는 농촌진흥청이 공들여 육성한 원천 기술과 품종이 청년의 기획력과 만나 어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지 추적할 계획이다. 단순한 우수 사례 소개를 넘어 기술 기반 농업 창업 생태계가 농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떠받치는지 현장에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소가 축사 한쪽에 놓인 단단한 덩어리를 혀로 핥는다. 겉모습은 소금 덩어리와 비슷하지만 안에는 마그네슘과 아연, 구리, 망간, 코발트, 요오드, 셀레늄 등 광물질과 비타민이 들어 있다. 가축이 필요에 따라 스스로 섭취하는 고형 영양 보충제, ‘미네랄블록’이다.


미네랄은 뼈 형성과 혈액 대사, 전해질 균형, 신경·근육 기능, 성장과 번식에 관여한다. 일반 사료만으로 필요한 양을 채우기 어려울 때 미네랄블록이 부족분을 보완한다. 사료에 일률적으로 섞어 급여하는 방식과 달리 축사에 상시 비치해 가축이 자유롭게 핥아 먹도록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품의 가치는 소금 함량보다 ‘무엇을 어떤 비율로 넣었느냐’에서 갈린다. 농촌진흥청은 한우·젖소·염소 등 축종과 생육단계별 영양 요구량을 반영해 미네랄·비타민·소금을 배합한 맞춤형 미네랄블록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은 시내씨앤티는 이를 ‘알지(RG) 미네랄블록’이라는 상품으로 출시했다.


시내씨앤티는 2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미네랄블록을 개발했다. 서로 다른 광물질을 한 덩어리로 굳히는 제조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김대훈 시내씨앤티 대표는 “처음 개발 당시 저가 수입품과의 가격 경쟁을 넘는 것이 숙제였다”며 “연구와 생산 현장을 오가며 미네랄블록을 국산화했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농가 공급과 더불어 일본 역수출 시장까지 열었다”고 말했다.


미네랄블록은 최근 들어 국내 축산농가에서 관심을 보이는 제품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기술을 이전 받아 제품을 생산 중인 시네씨앤티의 미네랄블록은 기존 소금 위주의 저가 수입산을 대체하며 빠르게 시작을 확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더위 먹은 축사의 비상약…필요한 만큼 핥아 먹는 자율 급여의 과학


미네랄블록은 가축의 영양 결핍을 보완하는 보조사료다. 소금이 공급하는 나트륨뿐 아니라 제품에 따라 칼슘과 마그네슘, 아연, 구리, 망간, 철, 코발트, 셀레늄 등을 함께 넣는다. 비타민 A·D·E 등을 배합해 지속적인 영양 공급을 유도하기도 한다.


미네랄의 기능은 서로 다르다. 칼슘은 뼈 발달과 난자 성숙, 착상 과정에 관여한다. 나트륨과 칼륨은 세포 안팎의 전해질 균형과 신경·근육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구리와 망간, 코발트는 혈액 대사와 비타민 합성 등 생리 기능에 관여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보충제 형태에 따라 한우 체내에 축적되는 미네랄도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생후 12~14개월 된 한우 미경산우 32마리를 블록 급여군과 비급여군, 펠렛 급여군과 비급여군으로 나눠 3개월간 시험했다. 블록은 우방에 상시 비치해 자유롭게 섭취하도록 했고, 펠렛은 하루 한 마리당 50g씩 정량 급여했다.


모발 분석 결과 블록 급여군은 마그네슘이 평균 407ppm에서 585ppm으로 증가했다. 철은 92ppm에서 744ppm으로 늘었다. 시험에 사용한 블록은 나트륨이 82%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모발 내 나트륨도 1787ppm에서 5798ppm으로 증가했다.


펠렛 급여군에서는 대조군과 비교한 전체 축적 양상을 기준으로 아연과 셀레늄의 보충 특성이 확인됐다. 블록과 펠

렛 모두에서는 칼슘과 나트륨, 칼륨, 구리, 망간, 코발트 축적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보충제의 원료 구성과 급여 형태에 따라 체내 축적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보충제의 원료 구성과 급여 방식에 따라 체내 미네랄 축적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농가가 가축의 상태와 보충 목적에 맞춰 블록과 펠렛을 선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미네랄블록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기후변화도 있다. 농진청 자료에 따르면 한우는 기온이 27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료 섭취량이 7~12% 감소할 수 있다. 고온기에는 땀과 침 분비가 늘면서 칼륨과 나트륨 등 전해질 손실도 커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사람도 더위에 오래 노출돼 땀을 많이 흘리면 소금이나 전해질을 보충한다”며 “가축도 마찬가지다. 소금뿐 아니라 고온 스트레스 대응에 필요한 비타민과 여러 광물질을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미네랄블록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들의 영양까지 챙기는 국산 미네랄블록은 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됐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실험실 배합표 들고 축사로…수입 일색 시장 깬 청년의 2년 사투


알지 미네랄블록의 출발점은 농진청 연구실이다. 농진청은 국내 사육환경과 가축사양표준을 바탕으로 축종별 영양 요구량을 반영한 맞춤형 배합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거쳐 시내씨앤티에 이전됐다.


기술 개발에는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원호 박사가 참여했다. 김 대표 역시 순천대학교에서 동물영양학 석사과정을 밟고 충남대학교에서 축산환경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축 장내발효 메탄 배출계수와 고온 스트레스가 가축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했다.


김 대표는 “석사과정 때부터 미네랄블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당시 국내에서 쓰는 미네랄블록이 사실상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었다. 국내 환경에 맞는 제품을 직접 생산해 공급하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2년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기존 저가형 수입산처럼 소금만 압축하면 일정한 강도를 내기 쉽지만 코발트와 비타민, 요오드, 셀레늄 등 물리·화학적 특성이 다른 원료를 함께 넣으면 블록이 쉽게 부서졌기 때문이다. 특히 영양성분을 늘리면서도 축사에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성형기술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과거 국내에서도 황토나 벽돌을 만들던 업체들이 미네랄블록 생산을 시도했지만 여러 광물질을 섞으면 충분한 강도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우리도 배합비만 있으면 만들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약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시험장은 공장 주변의 한우농가였다. 물통 옆에 블록을 놓고 습기에 얼마나 견디는지 살폈다. 아예 물속에 담가 강도 변화를 확인하기도 했다. 소가 물을 마신 직후 블록을 핥는 축사 환경까지 고려한 시험이었다.


현재 제품은 유압프레스로 1000t의 압력을 가해 한 개당 10㎏으로 생산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소 네 마리가 한 개를 먹는 데 평균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걸린다. 광물질이 부족했던 개체는 처음 공급했을 때 약 3주 만에 먹기도 한다. 결핍이 완화되면 섭취량을 스스로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보급망도 넓어지고 있다. 알지 미네랄블록은 국내 축산농가에 공급되고 있으며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젖소용 미네랄블록 공급 품목으로도 채택됐다. 농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일본에 27t이 수출됐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몽골 등 추가 시장 진출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김대훈 시내씨앤티대표는 앞으로 국산 미네락블록이 국내 축산농가에게 더 건강한 소를 공급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수입 쓰던 한국 축산의 역습…매출 경신하며 국산 표준 굳힌다


김 대표가 넘어야 했던 가장 높은 벽은 기술보다 가격이었다. 저가 수입 미네랄블록은 소금 비중이 높아 원가가 낮다. 여기에 코발트와 셀레늄, 비타민 등 상대적으로 비싼 원료를 더하면 제품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저렴한 소금 중심 제품을 사용하던 농가에서는 처음에 왜 이렇게 비싸냐는 반응이 나온다”며 “광물질 함량이 높은 일본산 제품 등을 사용해 본 농가들은 국산 제품의 가격과 구성을 비교한 뒤 재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 제품 차이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소금 덩어리와 복합 미네랄 보충제를 같은 제품군으로 놓고 가격만 비교하면 국산 제품이 불리하다. 어떤 성분이 들어 있고 가축이 어떻게 섭취하는지를 알려야 시장이 열린다고 판단했다.


수출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시내씨앤티와 국내 수출업체, 일본 현지 공급업체가 반복해서 회의를 열었다. 시제품을 만들어 보내고 현지 농가 반응을 확인했다. 일본에서 유통되는 블록은 주로 5㎏인 반면 알지 제품은 10㎏이어서 기존 거치대에 맞지 않는 문제도 생겼다.


김 대표는 “일본 현지 반응이 좋아 수출업체가 10㎏ 제품에 맞는 거치대를 별도로 마련해 보냈다”며 “국내에서 일본산 제품을 수입하던 시장이었는데 반대로 국산 제품을 일본에 공급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미네랄블럭의 효과가 입증되자 입소문을 타고 생산량도 덩달아 늘었다. 급기야 시내씨앤티는 2025년 10㎏짜리 블록 약 10만 개를 생산했다. 무게로 환산하면 약 1000t이다. 회사 설립 이후 매출도 매년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농가의 인식개선 등 과제도 여전하다. 미네랄블록을 여름철 소금 공급용 제품으로만 보는 농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 광물질은 계절과 관계없이 필요하지만 기존 소금 중심 블록은 여름에 섭취량이 많아 ‘여름에만 주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실제 판매량도 폭염 대응 사업이 집중되는 여름철에 크게 늘고 겨울에는 감소한다.


김 대표는 한우와 젖소, 염소용 제품을 기반으로 축종별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기후와 질병 환경 변화에 맞춰 배합비를 보완하는 연구도 이어갈 방침이다. 국립축산과학원과 돼지용 미네랄블록 개발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첫 번째 목표는 수입 미네랄블록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라며 “농가가 미네랄블록을 찾을 때 자연스럽게 ‘알지 블록’을 떠올릴 수 있도록 국내 시장에 안착시키고, 일본을 시작으로 수출도 점차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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